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엊그제 열린 공청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소상공인 등 사용자 대표들이 지난 2년간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참상(慘狀)을 증언하면서 충격 완화를 위한 업종·사업규모·지역별 ‘맞춤형 최저임금 도입’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규모와 지역별 차등화는 어렵고,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최저임금법 4조1항에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타격을 받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업종별로 생산성과 영업이익, 지급능력 등에서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영향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이유다. 이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정부가 일률적이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생긴 것 아닌가.
최근 정부와 여권에서 잇달아 ‘속도조절론’이 나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 혹은 소폭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급등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는 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문제점을 깨달았다면 차등 적용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 시행 첫 해인 1988년 제조업을 그룹별로 나눠 차등제를 시행한 경험도 있다. 지역·규모별 차등 적용이 어렵다면, 법적 근거가 있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라도 시작해야 최저임금 급등의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처음 공청회를 연 것만도 상당한 변화다. 향후 공청회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