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CEO도 금융위 과장도 2년이면 교체…근시안적 경영·정책, 보험산업에 악영향

입력 2019-06-06 17:25
정홍주 보험학회장 인터뷰


[ 임현우 기자 ]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도, 금융위원회 보험과장도 2년만 지나면 계속 바뀝니다. 그러니 ‘빨리 성과를 내자’ 혹은 ‘사고만 치지 말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정홍주 한국보험학회장(성균관대 글로벌보험연금대학원장·사진)은 “한국 보험산업의 여러 문제점은 경영과 정책 모두 근시안적으로 이뤄진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정 학회장은 “미국과 유럽 보험사에는 10~15년씩 재임하는 CEO가 많다”며 “훗날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해서라도 하나를 팔아도 제대로 팔고,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보험당국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책은 장기 계획대로 끌고 간다”며 “국내 관료들은 보험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험사들이 소비자 보호에 많은 공을 들이며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깐깐한 감독 덕에 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상품 구조와 판매 과정이 적절한지 등에선 개선할 점이 여전히 많다”고 꼬집었다.

정 학회장은 국내 보험상품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해외 보험상품은 특약이 10개 안팎인데, 한국에선 90~100개씩 주렁주렁 붙은 상품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설계사들이 보험사나 독립보험대리점(GA)에서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보험설계사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이라며 “일본에 비해 국내 설계사들은 판매에만 내몰린다”고 비판했다.

정 학회장은 “감독기관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뉘어 있고, 둘 사이에 묘한 갈등까지 흐르니 피감업체인 보험사들로선 큰 부담”이라며 “감독 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보험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