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4%→올 35%로
현장실습 규제 강화도 한 몫
[ 박종관 기자 ]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이 7년 만에 30%대로 추락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현장실습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취업률이 떨어지자 직업계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도 줄어들고 있다. 정원 미달 직업계고는 최근 2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 전학을 택하는 직업계고 학생도 속출하고 있다.
내리막길 걷는 직업계고
6일 초·중등교육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한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은 34.8%로 집계됐다. 2017년 53.6%에 달했던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44.9%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10.1%포인트 하락했다. 교육부가 2017년까지 발표한 통계와 비교해보면 직업계고 취업률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2012년(37.5%) 후 7년 만이다. 교육부는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고가 일어난 뒤 직업계고 취업률 통계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하던 통계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취업률만 계산한 학교알리미 통계에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까지 합친 수치다. 학교알리미 통계는 교육부 통계에 비해 3~4%포인트 높게 나오는 편이다.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이 전문 직업계고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까지 반영하면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고교생의 취업률은 3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계속되는 취업률 하락으로 직업계고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98.7%였던 직업계고 충원율은 지난해 91.8%로 떨어졌다. 정원 미달 직업계고는 같은 기간 140곳에서 281곳으로 늘었다. 서울지역 특성화고도 올해 전체 70곳 중 38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 가는 사례도 많다. 서울지역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간 학생은 지난해에만 777명에 달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 절반 이상 줄어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기 부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 취약계층인 직업계고 졸업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줄이자 직업계고 학생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특성화고 취업지원부장은 “계속되는 경기 둔화로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진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자 고졸 인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발생한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고 이후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 이후 현장실습 참여 기준이 강화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 자체가 줄었다. 2016년 3만1060개이던 현장실습 기업은 올해 1월 기준 1만2266개로 60.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장실습 참여 학생도 6만16명에서 2만247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김미현 대경상업고 교사는 “취업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던 현장실습이 줄어들자 취업률도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취업이 안 돼 억지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