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9부 능선 넘은 제일병원 매각...인수자 파빌리온자산운용 낙점

입력 2019-06-05 18:26


≪이 기사는 06월05일(18: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파빌리온자산운용(옛 아시아자산운용)이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국내 1호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 부지를 인수한다. 제일병원은 종로구 묵정동에 있는 병원 부지를 매각한 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장소에 병원을 열 전망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제일의료재단)의 매각주관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이날 제일병원 본입찰을 실시했지만 참여자가 없었다. 이에 제일병원의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회생법원은 채권단 동의 등을 거쳐 우선매수권자인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파빌리온자산운용과 우선매수권자 계약(스토킹호스)을 맺고 진행됐다. 스토킹호스는 공개입찰 전 인수의향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선정하고, 이후 실시한 공개입찰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수의향자에서 매수권을 부여하는 매각 방식이다.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히 독점적인 협상권이 파빌리온자산운용에게 주어졌다.

입찰이 마무리되면서 파빌리온자산운용이 인수를 마무리하기까지 채권자의 동의를 얻는 관계인집회만이 남았다. 회생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확정되기 위해선 인수 측이 마련한 회생계획안이 회생담보권자 75%, 회생채권자의 6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부동산 양수도 형태로 현재 제일병원이 있는 서울시 중구 묵정동 1-17 외 11개 필지와 제일병원 여성암센터 등 9개 건물을 약 13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회생계획안엔 파빌리온자산운용이 부동산 펀드를 통해 묵정동 부지를 개발하고, 제일의료재단은 수도권 내 새 부지를 찾아 병원을 신설해 이전하는 안이 담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의료재단의 채무 규모는 대출금(634억원)과 미지급 급여 등 공익채권(326억원), 회생채권(361억원)을 포함해 1336억원에 달한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2009년 설립된 부동산전문 운용사 아시아자산운용이 전신이다. 윤영각 대표(전 삼정KPMG회장)이 설립한 사모펀드인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가 2017년 아시아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최근까지 기존 사명을 이어오다 지난 3월 사명을 바꿨다. 윤 대표는 파빌리온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맡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