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신경훈 기자 ]
현실을 기록하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1990년대 중국의 사진계가 큰 변화를 맞았다. 사진가 왕칭쑹의 등장이었다. 정교하게 꾸민 대규모 세트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을 등장시켜, 행위예술을 연출해 찍은 왕씨의 작품들은 단번에 중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왕칭송은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를 겪으면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을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장면을 꾸며 풍자했고, 중국 사진계의 ‘중심’을 차지했다. 최근엔 디지털 합성 기술을 활용한 포토몽타주 작품들로 작가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사진은 ‘너를 따르라’라는 작품이다. 수백 명의 학생이 책이 가득 쌓인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교실 벽은 ‘열심히 공부해 성공해야 한다’는 부모의 격려 글로 빼곡하다. 학업을 곧 출세의 지름길로 여기는 중국의 사회 풍토와, 그 속에서 경쟁을 강요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고통을 담아냈다. (한미사진미술관 8월 31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