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전략 못 세우는 靑…4강 속에서 '왕따 외교' 자초"

입력 2019-06-05 17:56
인터뷰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문 대통령의 反日감정이
한·일관계에 깊게 투영…
대통령 생각보다 국가전략 중요"


[ 하헌형/임락근/허문찬 기자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사진)은 5일 “청와대는 4강(强) 외교, 북한 비핵화, 남북한 통일 등을 위한 중장기적 외교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외교부는 그런 청와대 명령만 받드는 ‘출장소’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윤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외교 전략을 짤 역량도 안 되고 이렇다 할 전략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엘리트 집단인 외교부에 외교 현안 처리를 일임하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말 외통위원 4명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걸 피부로 절감했다”며 “‘한국 배싱(때리기)’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방일(訪日) 1주일 전부터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윤 위원장은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탈하고 있는 데다 아베 신조 내각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한(反韓)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이 요원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 달 전부터 청와대에 관계 회복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일 감정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한·일 관계에 너무 깊게 투영돼 있다”며 “대통령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전략”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과 역대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중국과도 우호 관계를 쌓아 가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동북아시아 외교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접근 방식마저 미국과 완전히 달리하면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글=하헌형/임락근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