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을 빼돌리고 악의적으로 납세 의무를 피하는 상승체납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정부는 5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체납자 감치 제도 도입과 출국금지 및 재산 조회 대상 확대, 운전면허 정지 등이 골자다.
지난해 고액·상승체납자의 체납액은 총 102조602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징수 실적은 1조1555억원에 그치는 등 징수율이 1.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세금을 낼 능력이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버티는 악성 차납자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유가둘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민사집행법 가사소송법 법원조직법 등에 감치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을 개정하고 내년부터 이를 체납자에게도 적용한다.
국세청이 검사에게 악성 체납자에 대한 감치를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감치를 청구, 법원이 감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상자는 국세를 3회 이상 내지 않았거나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했으며 총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들이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고,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감치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 감치된다.
다만 감치 전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동일한 체납 사실로 인해 2번 이상 감치되지 않게 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출국금지 대상인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미발급자에 대한 출국금지 방안도 추진된다.
법무부는 즉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국세청이 원활하게 관련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관 간 전산시스템도 구축된다.
국세청은 출국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형태, 소비지출, 재산현황 등 생활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재산은닉 혐의가 있는 악의적 체납자는 적극적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5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를 할 수 있게 된다.
현 금융실명법은 체납자 본인 금융거래 정보 조회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경우 추적 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관세청은 관세 체납자나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에 대해서는 여행자 휴대품, 해외 직구물품 등을 집중 검사하고, 체납자가 남의 명의로 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인명의 수입 추적시스템'을 개발한다.
체납자가 건강보험이나 복지급여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국세청과 논의해 은닉재산이 발견된 체납자가 복지급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등 벌칙을 주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체납자가 정부포상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포상 후보자 추천기관은 후보자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포상을 추진하도록 정부포상 업무지침이 개정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에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자동차세 10회 이상 체납자는 11만5000명으로, 자동차세 납세자 1613만8000명의 0.71%에 해당한다.
단, 지자체가 경찰서에 운전면허 정지 요청을 하는 경우 납세자보호관이 참여하는 '지방세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하는 방식으로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까지 지방세법을 개정해 운전면허 정지요청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20년 체납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국세와 관세에만 제공되는 금융정보분석원의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지방세 탈루혐의 확인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특정금융거래정보는 금융거래를 이용한 돈세탁 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금융거래 정보다.
지방세 분야에 특정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지방세 탈루 행위를 추적하고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환수하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 방안은 전산시스템 정비를 거쳐 2021년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전국에 분산된 지방세 고액 체납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방세조합'이 설립된다.
현재 지자체별로 징수체계가 다르고 상당수 고액 체납자는 2개 이상 시도에 재산을 분산해 놓아 명단공개, 출국금지, 금융거래정보 조회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기본법, 지방세징수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하고 2020년 말까지는 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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