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3·4호기 LNG 전환 검토…서부발전 '脫석탄 덫'에 빠지나

입력 2019-06-04 17:38
수명 8년 남았지만 연장 포기
석탄보다 발전단가 1.5배 비싸
향후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 구은서 기자 ]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석탄화력발전소 태안 3·4호기의 수명 연장을 포기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태안 1·2호기에 이어 3·4호기도 발전단가가 비싼 LNG로 바뀌면 발전비용이 올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최근 태안발전본부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태안 3·4호기 성능개선 진행현황 및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두 발전소는 1997년 준공됐다.

올해 1분기 가동률은 모두 100%였다. 설계수명(2027년)은 8년 정도 남았다. 통상 석탄화력발전소는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 폐쇄하거나 10년 단위로 수명을 연장한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 회의에서 대다수 참석자는 태안 3·4호기 수명연장 사업 추진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며 “정부가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기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위해 2022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 호남 1·2호기)를 폐쇄할 방침이다. 당진에코 1·2호기, 삼천포 3·4호기, 태안 1·2호기 등 6기는 LNG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태안 3·4호기가 자리잡은 충청남도가 국내 최초로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투연합)’에 가입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10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태안 3·4호기를 LNG발전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정부가 연내 수립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9~2033)’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료비용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발전단가가 올라가면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커진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탄발전보다 발전단가가 높은 LNG발전이 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