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세상 '폭풍성장' 비결…코슈메티컬+틈새 유통

입력 2019-06-04 17:30
'착한 성분' 바람타고 급성장
작년 매출 3.5배↑…1000억 육박
군대PX 납품도 '신의 한수'



[ 심성미 기자 ] 두 살짜리 아기는 끓는 우유에 오른쪽 뺨을 크게 데었다. 상처는 패혈증으로 이어졌고, 아기는 피부 이식을 받아야 했다. 생사가 오가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살아남았지만, 남은 흉터는 학창 시절 내내 큰 콤플렉스였다. 숨어다니는 대신 콤플렉스를 승화시켜 피부과 의사가 됐다.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사진) 얘기다. 안 대표가 2000년 세운 코슈메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기업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매출 1000억원 달성을 코앞에 둔 강소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코슈메티컬 바람’에 탑승

피부과 원장이던 그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화장품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까다로운 강남 피부과 환자들이 제품을 사용한 뒤 주는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됐다”며 “피부 호전도를 관찰하며 계속 제품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개발을 거듭하면서 특정 피부 유형에 알맞은 화장품을 구별하는 안목도 생겼다.

‘의사가 만든 순한 화장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고운세상은 20여 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퀀텀점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다. 99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74% 성장했다. ‘착한 성분 체크슈머(성분을 꼼꼼히 따져 화장품을 구매)’ 바람을 타고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 크림’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해 초 진정 성분인 ‘시카’ 함량을 높여 새로 출시한 이 제품의 올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순한 선크림’으로 입소문 난 ‘그린 마일드 업 선’의 지난달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軍 PX 납품 등 전략 마케팅도 주효

독특한 유통전략도 매출 신장에 한몫했다. 고운세상은 지난해 3월부터 롭스 블라블라 등에서 제품을 철수하고 올리브영과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안 대표는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재고·생산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군대 매점(PX)에 제품을 납품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현재 군 PX 화장품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라 있다. 매출의 약 50%가 군 PX에서 나올 정도다. 안 대표는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군인들이 가족이나 여자친구에게 ‘역조공’하려고 많이 구입하고 있다”며 “‘고무신 카페’에 우스갯소리로 ‘화장품 사러 면회간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조직의 역량이 안정적으로 커진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고운세상은 ‘공부하는 조직’이다. 1주일에 서너 번씩 다른 주제를 정해 세미나를 연다. 안 대표는 “매달 직원들에게 경영·자기계발 도서를 한 권씩 사주고 독후감을 필수로 받는다”며 “그외에 직원들이 사는 책값은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회사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 도약 시동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지사를 설립했다. 안 대표는 “중국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피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닥터지의 제품이 승산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엔 스위스 등 유럽시장도 본격 공략한다. 지난해 7월 고운세상의 지분 51%(330억원)를 매입한 스위스 유통 대기업 미그로스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특정 상품에만 의존하는 회사는 지속성을 가지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선 보습, 자외선 차단, 각질 제거 등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