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벤처투자 실적 첫 발표
정부 집계 수치보다 3조 많아. 정부 집계는 3.2조원
신기술투자조합, 창업벤처 PEF 등의 벤처투자 실적 반영 영향
≪이 기사는 06월04일(15:2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새로 집행된 벤처투자액이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3월 공식 발표한 3조2429억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액은 0.36%로 미국(0.64%)보다 낮지만 중국(0.26%)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감독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8개 기관이 모여 4일 출범시킨 ‘민간 벤처투자협의회’가 조사해 발표했다. 이 협의회는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벤처투자 관련 통계는 창업지원법•벤처기업법에 따른 벤처캐피털 실적만 취합하는 ‘반쪽짜리 통계’여서 벤처투자 업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통합 통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범했다.
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금액은 6조494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정부 발표치에 그동안 정부 통계에서 빠져있던 신기술투자조합•신기술사업금융업자 투자금 2조4932억원과 농수산식품투자조합 1308억원, 창업벤처 PEF 1634억원까지 총 3조693억이 추가로 반영됐다.
지난해 벤처투자 펀드 결성액은 8조289억원으로 조사됐다. 역시 정부가 발표한 4조7618억원보다 3조2671억원이 많았다. 신기술투자조합•신기술사업금융업자 펀드 결성액 2조7379억원과 농식품투자조합 875억원, 창업벤처 PEF 4417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투자 대상별로는 창업 7년 이내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투자금이 4조72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상장기업에는 9123억원, 해외기업에는 692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창업벤처 PEF 투자금은 상장•비상장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워 분류에서 제외됐다. 국내 GDP 대비 벤처투자 비율은 정부 통계치인 0.19%에서 0.36%로 늘어났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이스라엘로 1.75%에 달했다. 미국은 0.64%, 중국은 0.26%였다.
이번 협의회 출범으로 국내 벤처투자의 전체 현황을 보다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 창업기업법•벤처기업법(소관부처 중기부)에 따른 실적만 집계하면서 다른 투자 기구의 벤처투자 실적은 포함하지 않았다. 신기술투자조합은 여신전문금융업법(금융위), 창업벤처PEF는 자본시장법(금융위), 농식품투자조합은 농수산식품투자법(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소관 기구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같은 정책금융기관은 벤처투자 현황을 보고할 의무도 없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이번 협의회 출범은 벤처투자 실적을 보다 폭넓게 파악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벤처투자업계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매년 3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벤처투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참여기관 간 통계를 공유해 투자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투자유치 우수 기업, 상위 투자회사 등 구체적 성과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