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원주 신임 공무원연금 CIO "세컨더리 방식으로 해외 사모펀드 투자 나설 것"

입력 2019-06-03 16:21
수정 2019-06-04 11:14
대체투자 비중 5년 안에
20→32%까지 올리는 데 주력


[ 이현일 기자 ] “다른 연기금들이 시장에 내놓은 펀드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투자를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서원주 공무원연금 신임 자금운용단장(CIO·사진)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수준인 대체투자 비중을 5년 뒤에는 32%까지 올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세컨더리 투자 등 새로운 투자 방식과 자산군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서 단장은 삼성생명 싱가포르 법인과 미국 뉴욕 법인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했으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최고투자책임자를 지냈다. 지난달 9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 CIO로 선임됐다.

서 단장은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공무원연금 CIO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퇴직 공무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 급여가 현직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를 넘어선 만큼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려면 유동성과 수익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자산은 보통 만기가 10년 안팎으로 길어 기금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공무원연금은 투자하기 어렵다”며 “만기가 끝나기 전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펀드 지분을 사들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는 펀드 지분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서 단장은 “세컨더리 투자를 통해 J커브 효과(투자 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단장은 “부동산의 경우도 오래 보유하면서 시세 차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나오고 사고팔기 쉬운 자산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선진국 주요 도시 중심가의 오피스 빌딩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서 단장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 대해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 등으로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올해 들어 많이 회복됐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악화하고 있다”며 “분쟁이 하반기 내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만큼 안 좋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변동성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현재 20% 수준인 해외 전통자산 비중을 28%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전문]

▶공무원연금공단 CIO로 취임한 소감과 앞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소개해달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작년말 공무원연금공단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이 2008년 이후 최초로 투자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기금의 특성에 맞는 투자처를 선별하는 게 우선이다. 변동폭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현재 중장기 운용자산에서 20% 수준인 대체투자 비중을 5년후 32%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해외자산 비중도 현재 50% 정도에서 더 확대할 방침이다.

당분간 장기로 자산을 보유하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임대수익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는 5~7년 만기의 투자자산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은 지금도 자산이 늘어나고 있어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 전략을 쓸 수 있다. 반면 공무원 연금은 이미 지급금이 적립금보다 많아 장기 투자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보다 높은 10%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체투자의 주요 투자처인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얘기는 1~2년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해외 부동산, 인프라 투자의 경우 수익률이 과거 연 8%내외에서 최근 연 6%까지로 낮아졌다. 공무원연금도 6~7%를 목표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안전하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두가지를 절충한 투자를 해야한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고 거래가 원활한 자산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 대도시 중심가의 대형빌딩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실물자산 투자는 투자기간이 비교적 길고 배당 수익을 원하는 기관 투자가의 특징에 잘 맞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 연기금들은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

▶현재 대체투자 자산군별 비중은?

부동산 30~40%,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가 15~20%, 사모투자(PE 및 PD) 35~40% 정도의 자산 배분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헤지펀드에도 관심이 있나.

주식 롱쇼트 등 전통적인 헤지펀드 전략보다는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에셋 펀드에 절대수익 추구 전략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검증된 해외 운용사의 펀드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새로운 자산군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나?

펀드출자자(LP)들이 중도에 시장에 내놓는 펀드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만기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신규 투자는 어려운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J커브 효과(투자 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금액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살 수 있도록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해외 기관들 사이에선 세컨더리 투자 거래가 활발하다.

▶주식 투자 전략은?

지난 연말 전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연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손실을 기록했다. 주식을 20%이상 들고 있는 대부분의 연기금은 손실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해외 주식은 주가가 작년 고점보다도 더 올랐다. 반면 국내 주가는 다시 하락해 작년말과 같은 상황이 됐다. 단기간에 15% 넘게 가격이 변동할 정도로 높은 리스크를 안고가기는 힘들다. 전체적인 비중을 다소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역별로는 국내 주식은 줄이고 해외 주식은 늘릴 계획이다.

▶국내와 해외투자 비중은.

전통자산(주식·채권) 가운데 해외 비중을 현재 20%정도에서 8%포인트 정도 높여 28% 정도로 높일 계획이다. 변동성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주식은 MSCI월드(All country world) 인덱스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기 때문에 90%에 가까운 자산을 선진국 증시에 투자한다.

▶연기금들이 앞다퉈 국내 주식 투자를 줄여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은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비중을 줄여도 절대적인 투자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글로벌 경기와 자산 시장에서 변수는.

작년 가장 큰 이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경착륙 등에 대한 우려였다. 두 가지 문제가 사실상 해결돼 연초 주식 시장이 좋았으나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 밀접하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 나왔고 주가도 하향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선 원화 약세가 심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좋게 마무리되면 국내 주식시장도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반면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주식·채권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미국은 경기가 좋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자신감이 있지만 전체적인 경기둔화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 분명하다. 활황에서 완만하게 내려왔다가 반등하려면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하반기엔 해결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과 국내 증시 역시 부진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채권 투자 비중도 조정하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채권 비중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해외 채권은 바클레이즈인덱스와 비슷한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국내에선 수익률을 고려해 회사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신용등급 ‘A’이상 기업에만 투자한다.

▶해외에 투자할 때 환율 리스크는 어떻게 줄이는지.

채권의 경우 이자 수익이 목적이기 때문에 100% 환헤지(환차손을 막기 위한 위험회피)를 하는 반면 해외 주식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오픈 전략이다. 대체자산은 투자 건별로 자문단을 활용해 헤지 수준을 결정한다.

▶주식·채권투자에서 외부 운용사 활용 전략도 바뀌나.

자금운용단 인력이 30명 수준이기 때문에 조직이 잘 할 수 있는 특화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해외주식 투자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외부 운용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탁운용하는 전략이 기본이다. 국내 주식 투자는 향후 3~4년은 위탁운용 비중을 다소 줄일 계획이다. 현재는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비중이 50대 50이다.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은 내부에서 하고 있으며, 위탁운용은 액티브 전략 투자 위주로 하고 있다. 해외주식은 전액 위탁운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