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이 '월가 아빠' 위해 500만달러 조성한 사연

입력 2019-06-02 14:43


(심은지 국제부 기자) 글로벌 대형 은행 JP모간이 애 보는 아빠들을 위해 500만달러(약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육아휴직을 거부당했거나 요청을 단념한 남성들을 위해 기금을 쓴다고 하네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월가(街)의 아빠들이 승리했다”며 이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JP모간이 기금을 조성하게 된 계기는 한 남성 직원의 문제제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JP모간이 남성 직원들에게 여성과 똑같은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7년 미국의 평등고용추진위원회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여성 직원의 처우와 동등하게 남성에게도 16주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대우가 일종의 성차별이라면서요.

이 사건은 “JP모간 입장에서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FT는 전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JP모간은 월가에서도 선도적으로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회사로 알려졌거든요. 다른 은행들보다 획기적인 모범 사례에 많이 나왔죠. 작년에 아빠들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6주로 늘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JP모간은 더 파격적인 가족친화적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빠들에게도 16주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추가로 아빠들을 위한 기금까지 마련하기로 한 것이죠. JP모간 측은 “이 문제를 합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모든 남녀 직원들이 동일하게 이익을 얻고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문제를 제기해 준 남성 직원에게 감사한다”까지 했죠.

그동안 육아휴직에 야박했던 다른 금융사들도 요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씨티그룹은 아이 엄마에게 16주간의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아이를 1차로 돌보는 사람인 엄마에게 16주를, 아빠에겐 4주의 유급휴가를 줍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대 26주의 육아휴직을 제공하는데 이중 16주는 유급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아이를 낳거나 입양하는 직원에게 16주의 유급 휴가를 줍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의 일이라는 성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기업들의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끝)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