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뷰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저자 홍춘욱 박사(2)
▶최진석 기자
홍 박사님, 이러다 경제위기가 다시 한 번 오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요.
▷홍춘욱 박사
그걸 구분해서 얘기하고 싶어요. 국가부도, 즉 1997년처럼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면서 국가가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구제금융을 받고 살아나는 상황이 있고, 2008년처럼 불황은 왔지만 경제조건은 지키고 금융위기까지 연결되진 않는 상황이 있겠죠.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입니다.
▶최진석 기자
경제상황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기로 번질 만한 요인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홍춘욱 박사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만 놓고 보면 성장탄력이 둔화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재정긴축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심리가 약화된 것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됐다, 까지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니 위기나 불황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외로 놓고 봅시다.
국내 3대 수출상품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이잖아요. 반도체는 아직 부진한데 자동차와 선박은 지난해 2, 3분기를 고비로 해서 조금씩 오르는 중이죠. 그렇 것들을 고려해 보면 지표 자체가 반도체쪽에서 무역분쟁과 금수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진한 것은 사실인데, 그 이외에 나머지 안 좋았던 부분들은 반대로 좋아지고 있어요. 물론 과거 2009~2014년 호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회복되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절한 경기부양을 한다면 불황의 늪으로 빠지기보단 일시적인 성장 둔화 정도에 그치고 올해 상반기 중에 성장률이 반등 가능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최진석 기자
만약 2008년형, 외부충격에 의한 경제가 흔들렸을 때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건 어떤 게 있을까요.
▷홍춘욱 박사
해야할 건 지난 시간에 1997년형 경제위기 때 말씀드렸던 것과 똑같습니다. 일단 달러를 사면 나쁠 게 없죠. 외국인이 많이 빠져나가느냐, 적게 빠져나가느냐의 차이입니다. 1997년엔 국내 금리가 급등했어요. 금융기관들이 어려워졌고 한보와 기아 등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산금리가 급등했잖아요.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벌칙성 금리까지 얹어졌고요.
기억 나시겠지만 2008년엔 그런 일이 없었고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죠. 연 2%까지 정책금리를 낮춰졌던 게 차이죠. 그렇게 본다면 레버리지를 절대 이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틀린 거죠. 시장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게 집값이 마이너스로 가진 않았습니다. 2008년 하반기 절대가격은 조정받았지만 2009년 다시 회복했던 거 기억나실 겁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조정이 있었지만 그건 2013년을 전후한 이른바 하우스푸어 사태 때, 2기 신도시 부동산 공급과 이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같은 공급 이슈가 있었어요. 경제위기와 충격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조정은 1997년에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이 동반 붕괴된다고 말하긴 조금 어렵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대신 금이나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부채를 없애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현금이 있다면 그때 사야겠죠.
▶최진석 기자
좋은 가격에 나오는 집을요?
▷홍춘욱 박사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있을 테니까요. 절대가격의 지수 자체는 급락하진 않았지만 일부 단지에서, 죄송한 표현이지만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부동산이 경매로 나오기도 했고요. 2009년에도 경매시장이 호황이었던 거 기억나실 겁니다. 오히려 그땐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나라 망할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 외부 충격에 의해 환율이 급등하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때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스탠스를 바꿀 때는 급매물을 잡기 위한 역발상도 고민을 해 보실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를 위해 현금을 보유하란 거지 무작정 현금을 보유하라는 건 아녜요. 이런 점에서 외환위기 때완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최진석 기자
1997년과 2008년의 온도 차이가 확 나네요.
▷홍춘욱 박사
금융위기와 불황의 차이죠.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였지만 한국은 위기까진 아니었죠. 성장률이 둔화됐다가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집행과 전세계적인 공조 속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나빴다가 좋아지는 V자 회복으로 갔다면, 1998년 외환위기 때는 1996년 말부터 나빠지던 경제가 이후 오르는 과정에서 연간성장률이 -6.3%를 기록하는 정도의 참담한 상황이었죠. 2008~2009년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걸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세요.
▶최진석 기자
경기부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홍춘욱 박사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금리죠. 지금 한국은 인플레이션 타게팅, 물가에 연계해서 정책금리를 결정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0.6%인데 여기서 정책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건 조금 이상하죠.
두 번째, 재정 측면에서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가까운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물론 올해 확장적으로 돌아선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추가경정예산 6조원 정도. 작년이 4조원이었거든요. 미니 추경이죠. 미니 추경으로 1분기 성장률 둔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충분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정책을 썼으면 좋겠고요.
특히 3기 신도시 발표하자마자 문제가 부각되는 게 1, 2기 신도시의 인프라잖아요. 그렇다면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뿐만 아니라 교통망 확충을 국책사업화 해서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경기부양을 하면서 부동산시장 안정책도 함께 쓰는 그런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경기도 살리고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인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해봅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설 정도의 과감성 있는 조치들을, 특히 통화와 재정 정책을 함께 쓴다면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진석 기자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쓰셨잖아요. 제가 볼 땐 다음 책이 머릿속에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건가요?
▷홍춘욱 박사
세계경제에 대해 얘기했으니까 다음 번엔 대한민국의 돈의 역사를 한 번 써볼까 생각합니다. 최근 사실 국내 경제가 여러 가지 성장통을 앓고 있고,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문제도 많잖아요. 그런 일들의 근원이 어디 있는가, 어떤 맥락에서 현재의 상황들을 해석해야 하는가. 그러다 보면 대응책도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최진석 기자
그렇다면 다음 책 제목은 ‘한국 돈의 역사’겠네요. 앞으로도 멋진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 기자 촬영 김인별 인턴기자 편집 이지현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