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연예계 '학폭' 미투 릴레이, 대중은 '합의 없음'

입력 2019-06-01 08:41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연예계 드리운 '학폭' 그림자
학교 폭력에 한층 엄격해진 대중
제각각인 해명·책임, 대중은 '합의 없음'


"저도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니 견디기 힘드네요."

지난 4월 몰카와 마약으로 떠들썩했던 연예계에 이번에는 학교 폭력, 이른바 '학폭' 그림자가 드리웠다. '프로듀스X101'에 참가한 연습생 윤서빈을 시작으로 그룹 잔나비 유영현, 가수 효린, 베리굿 다예까지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학교 폭력 피해 폭로글에 방송, 가요계가 모두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다.

발단은 Mnet 서바이벌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딱지를 달고 나온 윤서빈이었다. 윤서빈은 첫 회부터 주목을 받은 연습생이었다. 그는 기획사별 레벨 테스트에 앞서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단독으로 '1분 PR영상' 베네핏을 받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가 광주에서 유명한 일진이었다는 증언이 나오며 단숨에 구설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윤서빈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JYP엔터테인먼트는 윤서빈과의 연습생 계약을 해지하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프로듀스X101' 측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과거 Mnet이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출연자들을 그대로 출연시키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사회적으로 학교 폭력과 관련해 엄격해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무시하지 못한 결정인 셈이다.

성실한 이미지로 탄탄하게 팬덤을 쌓아오던 잔나비 역시 '학폭'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과거 잔나비의 한 멤버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등장한 것. 이에 잔나비의 소속사 페포니뮤직 측은 즉각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해당 멤버가 유영현이라 밝히고는 그를 팀에서 탈퇴시켰다. 학교 폭력 문제가 간과해서는 안 될 엄중한 사안임을 깨닫고 내린 결정이었다. 더불어 멤버 모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대중들은 과거와 달리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해 더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순한 사과와 반성을 넘어 연예계 퇴출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실수라 여겨 오던 학교 폭력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어낼 수 없는 트라우마로 이어진다는 것을 자각한 결과다. 실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대중들로 인해 학교 폭력 논란은 극심한 이미지 타격을 동반함과 동시에 연예 활동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대중들의 반응에 맞물려 실제로 책임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소속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한 윤서빈과 잔나비에서 탈퇴하게 된 유영현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분명하지 않은 입장 표명으로 비판을 면치 못한 경우도 생겨났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5년 전 효린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쓴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무려 3년간 효린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면서 효린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접촉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에 소속사 브릿지 측은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피해자라 주장하시는 분을 직접 찾아뵐 생각이며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글쓴이는 다시금 "찾아오지 말라. 15년 만에 만나서 또 그 공포감을 느껴야 하나. 눈빛을 면전에서 볼 자신이 없다. 연락을 해서 사과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고는 게시물을 전부 삭제했다.

게시물이 사라지자 브릿지 측은 앞선 입장을 뒤엎는 또 다른 입장을 냈다.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낸 것. 소속사는 모욕감과 명예훼손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양 측의 진실공방이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돌연 효린 측은 "긴 대화 끝에 상황을 잘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서로 오해를 풀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논란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분노에 차 있었던 대중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일체 없이 "상황을 잘 마무리했다"면서 사건을 일단락해버린 효린 측에 대한 비판이었다. 효린이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 직접 만난 것인지, 오해가 있었다면 실제로 학교 폭력은 없었던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론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같은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베리굿 다예를 향한 학교 폭력 폭로글이 공개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예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성적인 수치심이 드는 폭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베리굿 소속사 제이티지엔터테인먼트는 "본인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온라인상에서 실명으로 올리지 않은 학교폭력 관련 글에 대하여 소속사에서는 명예훼손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글쓴이는 폭로글에 "무슨 생각으로 '사실무근'으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과거 다예가 자신의 집을 찾아와 무릎을 꿇게 했다고 추가 증언을 했다.

베리굿 다예의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 다예 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다예 측은 논란이 아예 '사실무근'이며 악의적인 비방글이라고 했다. 그러나 글쓴이는 구체적인 상황 묘사까지 하며 추가 폭로를 했다. 학교 폭력과 명예훼손 사이에서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까지는 다예의 소속사가 앞선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경우 익명성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허위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버리면 연예인은 막대한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진위 여부 파악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 폭력은 더 이상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 분명하다. 일시적 괴롭힘이 아닌 장기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가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대중을 대상으로 매체에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기에 더욱 과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공인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 의식과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대중들은 더 이상 '학교 폭력'에 합의하지 않는다. 번복되는 입장 표명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설명으로는 이미 돌아선 대중들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없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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