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포퓰리즘 약진"…'JP모간의 관측'이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19-05-31 17:53
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

7개국 포퓰리즘 집권이후
증시 변동성 최대 2배 커져


[ 심은지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이 최근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포퓰리즘 정권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런 경향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조언하는 내용을 담았다.

JP모간은 “극단적 주장을 앞세우는 포퓰리즘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퓰리즘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잣대로 유럽의회 선거를 꼽았다. 지난 5월 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선 포퓰리즘 확산 추세가 다시금 확인됐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 두 곳은 전체 유럽의회 의석 751석 중 4분의 1가량인 171석을 차지했다.

포퓰리즘은 정치·사회과학 분야에선 낡은 연구 주제다. 하지만 금융시장 변동성과 연관시킨 JP모간의 분석은 새롭다. JP모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한 국가들의 경제 현황을 분석했다.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미국 등 7개 국가가 분석 대상에 올랐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도 포퓰리즘 득세 국가로 분류했다.

7개 국가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기준은 세 가지였다. 첫째, 포퓰리즘은 선량한 사람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두 집단을 대비시킨다. 둘째,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공격적인 정치 관계를 형성한다.

경제 정책에서도 특이점이 있었다. 좌파 포퓰리즘 정권은 민간 산업·서비스를 국유화하길 원하고 누진세를 선호한다. 우파 포퓰리스트들은 반(反)이민 정책을 편다. 좌우 모두 엘리트와 특권층을 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기존 정치인보다는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나 비정치인이 인기를 끈다. EU,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적대시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 7개 국가는 포퓰리스트 집권 이후 주가 변동성이 최대 2배 커졌고 환율 변동성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변동폭이 줄면서 금융시장이 진정됐다. 진정된 이유에 대해 JP모간은 “포퓰리즘 정당이 공약을 온전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약대로 모든 경제 정책을 바꿨다면 그 충격이 이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포퓰리즘 득세 여부를 판가름할 이벤트로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선거가 남아 있다. 경기 침체에 빠진 이탈리아는 올가을 조기 선거 가능성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내년 미국 대선이다. JP모간은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존 감세 정책을 뒤집고 부유세율 인상 등의 포퓰리즘 공약을 시행할 경우 실물과 금융 부문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에게는 금, 엔화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JP모간의 보고서가 나온 지 한 달가량 흘렀다. 그동안 JP모간의 관측은 대체로 맞고 있다. 유럽의회에선 포퓰리즘이 약진했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한 달간 금과 엔화 투자는 크게 늘었다. 미국발(發) 실물과 금융 부문의 충격이 현실과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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