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증세 아닌 감세로 경제활력 되살려야 할 때다

입력 2019-05-31 17:53
與행사에서 재정 확대와 함께 '증세론' 본격 등장
2년 전 법인세·소득세 인상과 비슷한 과정 진행중
세계 흐름 역행…'나홀로 증세' 역효과 직시해야


여당발(發) 증세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간보기식’ 발언이 잦아지나 싶더니, 급기야 그제 국회에서 열린 당 공식행사에서 증세론이 제기됐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이 민주당 워크숍에서 “중장기적인 증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이 부의장의 개인의견이며, 증세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곧바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군불 때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민주당의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경제통’이라는 최운열 의원도 조세부담률 인상 주장을 폈다.

2년 전의 이른바 ‘부자 증세’ ‘핀셋 증세’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00대 국정과제 보고회의’에서 경제팀은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을 보고했지만 단 하루 만에 뒤집혔다. 여당 대표가 ‘고소득자 증세론’을 펼치고 문 대통령이 지원사격하자 기획재정부는 불과 10여 일 만에 고소득 법인·부자에 대한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뚝딱 발표했다.

그때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각각 25%와 42%로 올린 뒤 불황이 더 깊어진 데서 보듯이 증세는 심각한 방향착오다. “더 거둔 세금으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확충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던 정부의 장담과 정반대로 우리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3%로 추락했다. ‘빈 강의실 불끄기’와 같은 ‘세금 알바’는 고용참사를 해결하지 못했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민간투자만 위축시키고 말았다는 평가다. ‘법인세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하락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대로다.

이번 증세 논의도 ‘부자 증세’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중산층 증세는 없을 것”이라며 ‘보편 증세’에 선을 그어왔다. 소득상위권에 대한 증세는 정치적으로 안전한 선택이겠지만 국가경제적 측면에서는 가지 말아야 할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길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은 이미 충분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상위 5% 기업이 법인세 94%(이하 2016년 기준)를 낸 반면 48% 기업은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인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상위 5%가 59%를 부담했고, 역시 절반 정도는 면제다. 소수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공동체 파괴행위이며, 지속되기도 힘들다. 기업을 팔고 해외로 이주하는 소득상위계층이 올 들어 3배가량 급증했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된 게 엊그제다. 그래도 증세하겠다면 정정당당하게 설명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진영의 계산을 앞세운 밀실 증세논의는 복지도 경제도 파탄으로 이끌 뿐이다.

주요국들에서는 증세가 아니라 감세 바람이 거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춘 뒤 깜짝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최근 5년 내에 법인세를 내린 나라가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벨기에 등 14개국에 이른다. “지금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로 국가경제를 살려야 할 때”(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