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부세 환급 왜 안 알렸나" 종일 항의 전화…일선 세무서 '업무마비'

입력 2019-05-31 17:44
'종부세 환급 쉬쉬' 한경 보도 이후
세무서에 문의 빗발

뒤늦게 대책 마련하는 기재부


[ 조재길/오상헌 기자 ]
종합부동산세 환급을 놓고 서울 강남권 세무서에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5월 31일자로 ‘종부세 더 걷은 국세청…환급은 나몰라라’를 보도한 여파다. 2015년도 종부세 납부자가 신청만 하면 세금을 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환급 절차를 알려달라” “왜 미리 안내하지 않았냐” 등의 전화가 쇄도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2016년 이후 과세한 종부세가 이중과세됐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오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세무서 “업무 마비”

강남·역삼·서초·반포 등 강남권 세무서에는 31일 종부세 환급 여부와 절차를 묻는 민원인 방문 및 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강남세무서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종부세 문의와 항의가 워낙 많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민원인들에게 사과한 뒤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 환급 서류를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환급 대상자는 2015년도 종부세 납부자로 한정된다. 그 이전 시기의 경우 법적인 청구 기간이 지났고, 2016년 이후의 환급 여부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작년 7월 한국투자증권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한투증권이 초과 납부한 종부세 6543만원을 돌려주라”고 확정 판결했다. 기재부와 국세청이 종부세를 계산할 때 재산세 중 80%(공정시장가액비율)만 공제했는데, 원래 100%를 공제했어야 맞았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2015년도 종부세 납부자 전원에게 세액 초과분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대상자는 개인·법인을 합해 총 28만3064명이다. 당시 종부세액이 총 1조5000억원 정도였던 만큼 환급액은 1000억~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개별 건마다 법원 판결을 받은 뒤 환급해야 하지만 납세자 편의 차원에서 신청서만 쓰면 세금을 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부세 환급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납세자가 많다는 점에서 추가로 우편 통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남권 아파트에선 자체적으로 ‘종부세 환급 안내문’을 확대 게시하고 있다.

기재부, 세법 개정 검토하나

기재부는 ‘이중과세 방지 산식’ 개정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서울고법이 지난달 “종부세법이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재산세 부과세액의 ‘전부’를 공제하라는 취지로 만들었는데도 (기재부가 2015년 11월에 마련한) 시행령 산식은 ‘일부’만 공제하도록 설계됐다”며 납세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2015년 “자체적으로 만든 시행규칙에 ‘재산세 이중과세 공제 산식’을 넣어 중복 과세액의 일부만 공제한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고친 시행령도 잘못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대법원마저 2심 판결을 유지하면 2015년도 귀속분뿐만 아니라 2016년 이후 종부세에 대해서도 ‘환급 대란’이 벌어진다.

기재부는 비공식적으로는 다양한 대안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법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불명확한 법조문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종부세법에 이중과세 공제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기재부는 이중과세된 세금의 일부만 빼주는 현행 산식이 법 취지에 맞다고 보는 만큼 자발적으로 산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공제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법 조문을 손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오상헌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