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근육 키워 준다는 '몸짱 藥'…남성 난임 부를 수도

입력 2019-05-31 17:44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몸매관리 약물 부작용


[ 이지현 기자 ]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몸매관리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근육을 키우거나 단시간에 체중을 많이 줄이기 위해 약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근육을 쉽게 키워주는 것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제다. 여성들은 식욕억제제도 많이 복용한다. 이들은 모두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약물을 구입해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의약품을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 때문에 정신질환이 생기거나 난임 등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몸매 관리 약물 부작용과 건강한 다이어트 법에 대해 알아봤다.

근육 키우는 스테로이드, 난임 유발 위험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남성이 많다. 정확한 명칭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이 약물은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갱년기 환자 치료를 위해 활용됐다. 남성갱년기 환자를 치료하던 중 근력이 강해지고 체지방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근육을 쉽게 만드는 약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스테로이드를 오남용하면 여드름이 생기거나 당뇨, 심근경색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종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남성들의 가임력이 줄기도 한다.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몸속 남성호르몬 수치가 갑자기 높아진다. 이때 뇌하수체는 반작용으로 난포자극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자연히 고환에서 정자를 생성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해 가임력이 떨어진 남성은 대부분 투여를 중단하면 회복된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많이 투여해 난임 진단받은 환자를 정밀 분석했다. 성기능 저하 등의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받는 환자는 무정자증, 희소정자증, 감소정자증 등 다양한 난임 증상을 호소했다. 남성호르몬 투여를 중단한 뒤 평균 8개월이 지나자 정자 수가 회복됐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떨어진 가임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송승훈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인지능력 호전, 근력 강화, 골밀도 증가 등 신체 기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지만 남성 가임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남성 난임은 가임력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신을 시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라면 스테로이드 제제 오남용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식욕억제제, 우울·불면 원인 되기도

여성들이 몸매를 가꾸기 위해 먹는 식욕억제제도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식욕억제제는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의사 진료를 받고 처방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욕억제제는 펜타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약물이다. 식욕을 줄이고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비만치료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의존이나 내성 등의 위험이 있다. 장기 복용할 때는 부작용도 많이 생긴다. 뇌하수체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식욕을 저하시키는 약이기 때문이다. 뇌에 직접 약물이 작용해 입 마름 증상부터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혈압 상승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불면증, 불안감, 우울증, 폐동맥 고혈압 등이 생긴다. 펜타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약을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하더라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4주 정도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들 약을 3개월 넘게 장기 복용하면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23배까지 높아진다. 김원진 강남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복용한다는 인식이 많지만 식욕억제제는 비만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약”이라며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안전성은 상대적으로 많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비만 상태가 아닌 사람들은 약물치료보다는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서서히 강도 높여야

운동과 식습관 개선에는 정도가 없다. 단기간에 살을 많이 빼겠다는 욕심보다 서서히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잠자기 전 군것질하는 습관, 짧은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습관 등은 버려야 한다. 생활 속에서 최대한 움직임을 늘리고 식사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실외 운동을 긴 시간 하면 탈수, 일사병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아침과 저녁 선선한 시간에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30분~1시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땀으로 부족해지는 수분은 틈틈이 물을 마셔 보충해야 한다. 이윤경 차움 뷰티라이프센터 슬리밍클리닉 교수는 “운동하면서 이온음료를 많이 섭취하는데 격하지 않은 운동으로 땀도 많이 흘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온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면 불필요한 당분과 열량을 섭취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해 칼로리를 많이 소비하면 살을 빼는 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강한 운동을 지속하면 젖산이 쌓여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다. 너무 강도 낮은 운동을 하면 칼로리 소모량이 적어 비만을 해결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 낮은 강도와 빈도로 운동을 시작한 뒤 2~3일 지나 몸이 익숙해지면 강도와 빈도를 서서히 높여야 한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주 3회 이상 매번 30분 넘게 해야 한다.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할 때는 되도록 자주 오랜 시간 해야 지방을 태울 수 있다.

양배추 찜, 두부는 포만감과 근력 유지 도움

식단도 중요하다. 포만감을 주고 수분이 많고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여름철 간식으로는 수분이 많은 수박, 열량이 낮고 비타민A·C와 라이코펜이 많이 든 토마토가 좋다. 딸기, 블루베리, 오디, 참외 등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었다. 다만 과일에는 당분이 많다. 식사 대신 배가 부를 만큼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당뇨병이 있거나 고중성 지방혈증이 있는 환자가 과일을 평소보다 많이 먹을 때는 밥을 조금 줄여야 한다. 단맛이 적은 과일을 선택해야 한다.

양배추를 쪄서 쌈으로 먹거나 가지, 당근, 토마토 등을 구워 먹는 것도 좋은 식단이다. 샐러드로 먹는다면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 드레싱은 피하고 저지방 요구르트 드레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칼슘을 함께 섭취할 수 있어 도움된다. 두부, 콩, 흰살 생선 등은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이다. 육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열량도 낮다. 다이어트할 때 빠지기 쉬운 근육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곤약으로 만든 음식은 열량이 낮지만 포만감을 준다. 이런 재료로 만든 식단을 활용하면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송승훈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원진 강남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윤경 차움 뷰티라이프센터 슬리밍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