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배우자의 과거를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A 씨는 최근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소년원 출신인 걸 몰랐다며 파혼을 통보했는데, 이게 그럴 일이냐"면서 온라인을 통해 조언을 구했다.
A 씨와 여자친구 B 씨는 성인이 돼 처음 만났다. 6년의 연애 기간 동안 B 씨는 A 씨의 군 생활도 기다려주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연애 기간 동안 A 씨는 B 씨에게 소년원 출신임을 숨겼다. 어릴 적 말썽도 많이 피우고 사고도 많이 쳤지만 "지금은 번듯한 직장도 있고, 성실하게 살고 있으니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A 씨는 B 씨에게 친구들도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결혼을 준비하면서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 자리에서 A 씨가 소년원 출신인 게 폭로됐다.
A 씨는 "친구들한테 소년원 얘기만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놈의 술이 원수 같다"며 "여자친구는 소년원을 왜 갔다 왔냐고 꼬치꼬치 캐물었고, 솔직하게 '학생 때 시비가 붙었는데 싸우다가 연장을 써서 특수폭행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후 B 씨는 "실망했다"면서 파혼을 선언했다.
A 씨는 "여자친구를 계속 설득하는 중인데,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며 "소년원이 그렇게 문제가 되냐"고 물었다.
A 씨는 조언을 바랐지만 비판의 의견이 더 많았다.
"초범이라 봐주고, 미성년이라 봐주고, 술 먹었으면 제정신이 아닌 심신미약이라 봐주고, 반성을 하고 있다고 봐주고, 공탁금 냈다고 봐주는 게 대한민국 현실인데 학생끼리 싸우다 연장 썼다고 절대 소년원 안 보낸다", "결혼하고 알았으면 바로 혼인무효소송이다", "결혼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건 충분히 파혼 사유가 되니 원망하지 마라"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단순 폭행이 아니라 피해자가 심각한 상태였던 게 아니냐", "미성년자에 초범이면 거의 집행유예인데, 소년원이면 얼마나 악랄했던 거냐" 등의 날 선 반응도 적지 않았다.
소년원은 소년법에 의거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결정에 의해 송치된 만14세이상 20세 미만 범죄소년,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 성격 또는 환경에 비추어 장래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2세이상 20세미만의 우범소년 등을 보호, 교정교육하는 법무부 소속 특수 교육기관이다.
실형이 확정된 소년범의 형을 집행하는 소년교도소와 달리 교육기관으로 분류돼 수용경력 및 전과도 남지 않는다.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주로 학교생활의 부적응 때문에 문제아가 된 만큼 계속 공부를 시켜 또다시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의도로 세워진 것.
때문에 후에 성인이 된 후 취업 활동 등을 할 때에도 범죄 이력이 조회되지 않는다. A 씨의 사례처럼 군 입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엔 미성년자 흉악 범죄가 늘어나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7만여 명이 서명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소년원의 기능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소년원이 교화는 커녕 범죄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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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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