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재부 평가에서도 최저등급 받은 국민연금, 대수술 나서야

입력 2019-05-30 18:04
당장의 독립성과 중립성 문제부터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 여부까지, 국민연금은 우리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건전한 관리와 제도 유지’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지난해 5년 단위의 재정추계 때 개혁안을 내놨어야 했지만, 시늉만 하고 법적인 권한도 책임도 없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공을 넘겨버렸다. 사공 많은 경사노위는 ‘국민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를 넘기며 논의해왔으나 반년 넘게 헛바퀴만 돌렸다.

기획재정부의 ‘2019년 기금평가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의 또 다른 문제로 전문성 부족이 심각하다. 한마디로 연기금 제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운용 역량’이 거의 낙제 수준이다. ‘연금사회주의화 우려’ ‘정치적 편향 활동’ 등 국민연금을 향한 우려와 비판의 타당성이 정부 자체의 평가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2018회계연도 평가에서 국민연금은 6단계 중 4번째 등급을 받았다. 전년보다 한 단계 낮아져 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해는 국내외에서 경제 위기 요인이 없었는데도 수익률은 -0.92%였다. 전주 외곽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해외언론의 조롱을 받았고, 기금운용본부장조차 찾지 못해 장기 공석이었으니 640조원이라는 거대 자산이 제대로 운용됐을 리 만무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금 고갈이 앞당겨지는 게 아니라, 순전히 운용능력 부족으로 조기에 거덜 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판에도 연금공단과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세워 주주권 행사에 치중하고 있다. 공기업들은 적자대열에 대거 들어섰고,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공적 연금까지, 나라 곳간이 줄줄이 축나고 있다.

202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은 1000조원이 된다. 수익률 1%에 매년 10조원씩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그 전에 연금의 분할·경쟁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게끔 ‘탈(脫)정치’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등 대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