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4년 만에 2兆 유치
작년 수익률 3%후반 성과
[ 이호기 기자 ]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여유 자금을 맡아 굴려주는 증권사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은 기업의 단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주는 ‘법인 맞춤형 랩’ 상품이 2015년 첫선을 보인 이후 4년 만에 수탁액 2조원을 돌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상품은 기업이 보유한 자금의 성격과 운용 희망 기간, 목표수익률 등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랩어카운트에 담아 위탁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 위해 랩운용팀 내 전담 운용역과 다른 부서 매니저 및 투자상품 전문가들이 협업해 운용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훈 삼성증권 랩운용팀장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2002년부터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를 외부위탁운용관리기관(OCIO)으로 지정해 맞춤형 운용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과거 자금 규모가 크지 않아 이런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던 중소·중견 기업들이 보유 현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문형 랩에 가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박기한 삼성증권 수석운용역은 “예금금리+α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보수적 성향의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자문형 랩의 특성상 다양한 운용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국채 등 채권 위주로 돼 있는 가장 방어적 포트폴리오로도 지난해 3% 후반의 수익률을 올린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월별로 운용 내역을 고객들에게 보고하고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투자전략을 함께 상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박 수석운용역은 “개인 퇴직연금이나 일반적 펀드 상품과 달리 투자의 호흡이 짧은 만큼 선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라며 “증시와 금리, 환율 등 주요 지표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수시로 운용 내역과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업 자문형 랩 시장을 선점하려는 증권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4년 말 175조7965억원에서 지난해 말 241조9270억원으로 37.6%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액을 늘리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기업들을 잡기 위한 증권사나 운용사들의 마케팅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