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식 재판서 검찰 작심 비판
"공소 자체가 부적법" 혐의 부인
朴·高 "진실 오롯이 밝혀지길"
[ 조아란 기자 ]
“소설가가 법률자문 조금 받고 (공소장을) 쓴 것 같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서 검찰을 맹비난했다. 그는 “검사들이 정력적으로 공소사실을 이야기했는데 그 모든 것은 근거가 없다”며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을 1시간30분 넘게 설명했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불법 수집 등 47개 혐의에 대해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소설의 픽션 같은 얘기”라고 반발했다. 검찰 기소에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쏟아냈다. 그는 “(검찰이) 재판거래, 블랙리스트 등 없는 것을 가지고 포장만 근사하게 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며 “추측성 진술로 포장된 흠결투성이”라고 검찰의 공소장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첫머리에는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획책했다고 하고는 결론 부분에 이르면 재판거래는 온데간데없고 심의관들에게 문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게 직권남용이라고 끝을 낸다”며 “용은커녕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이) 너무 아는 것이 없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는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도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전직 대법관도 자신들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안의 진상이 오롯이 밝혀져 역사의 페이지에 정확히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보기에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 있어도 곧바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조직 위상을 강화하고 정책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며 “가능한 여러 합목적적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