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최저임금 기류 확 바뀐 당·정·청
"불통 이미지 안된다" 靑도 돌아서
[ 김우섭 기자 ]
30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서 최저임금 동결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확실한 정책 전환의 신호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획기적 분위기 반전 노려야”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획기적인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심각성을 인정하고 멈추는 것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보수 정권이 워낙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게 유지했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지난 2년간 필요했다”며 “(어느 정도 올라왔기 때문에) 내년엔 동결 내지 경제성장률 수준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경기 하강국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직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동결을 주장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4일 최저임금에 대해 “동결에 가까운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중소기업계 의견을 적극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절해야 한다는 구체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올렸고, 부작용이 나타났으니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며 “향후 3년간 최저임금을 조정해 연평균 역대 정권과 균형을 맞추거나 조금 더 높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진보·보수 정권에 따라 편차가 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각각 5년간 연평균 9.0%와 10.6%를 올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연평균 5.2%와 7.4% 인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올해 10.9%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에 맞춘다면 앞으로 연 3.2%씩만 올려야 한다.
“민심 반영해 불통 우려 지워야”
청와대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8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나 수준을 합리적 수준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제안했을 당시엔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나서 반대했던 것과는 확연히 기류가 달라졌다.
당·정·청에서 최저임금 동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불만 때문이다. 올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3% 감소한 데다 상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은 더 높아졌다. 최 의원은 “올해에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국민은 현 정부를 ‘불통’ 정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의견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IMF는 14일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노동생산성 증가 폭(3~4%)보다 작게 하라”고 권고했다.
여권은 최저임금 속도조절의 여건도 좋다고 보고 있다. 과거 친노조 성향이 강했던 최저임금위원회에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공익위원으로 대거 포함되면서 중립 성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공익위원 9명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