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3기 신도시 성공조건

입력 2019-05-29 17:39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전문기자



[ 박영신 기자 ] 3기 신도시 입지가 발표된 이후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해당지역과 주변지역 주민 간 반대 움직임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만은 없다. 과거 1989년과 2003년, 두 차례 이뤄진 신도시 개발 때도 많은 난관을 거쳤다.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유난히 험난한 갈등을 겪는다. 개발 계획이 즉흥적인 데다 당장 눈앞의 주택난과 집값 불안 해결에 초점을 맞춰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도 동일한 패턴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경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두 곳을 비롯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을 포함, 다섯 곳을 3기 신도시로 확정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 2022년부터 3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게 나타나고 있어 정부가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반복되는 즉흥·졸속 추진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의 주민들은 토지 강제수용에 반대하고, 일산·파주·검단 등 기존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교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의 경우 정부가 공언했던 교통망 확충도 지지부진인데, 3기 신도시까지 건설되면 교통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 대책을 내놨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대곡~소사 복선전철 일산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2023년 개통, 자유로 등 수도권 간선도로 지하화 등의 신속 추진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 목적과 방향성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신도시를 ‘집값 잡기’와 ‘주택공급난 해소 도구’로만 접근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과거 주택난이 심각했을 때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은 달라야 한다. 서울 강남·강북권 일부 고가주택지역 움직임은 국지적 특수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들 동향을 주택시장 전반으로 일반화해서 신도시 해법을 내세우면 안 된다.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3%에 달했고, 서울도 93% 수준이다. 서울 등 대도시는 도심 주택공급확대 방안으로 풀어야 한다. 더욱이 향후 국내 주택 수요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머지않아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메가시티' 관점 접근 필요

이런 여건에서 추진되는 3기 신도시는 개발 목적이 달라져야 한다. 서울·수도권 전체를 ‘고품격 메가시티’로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이 짜여야 한다. 프랑스는 파리와 주변 일드프랑스 주를 통합해서 수도권을 만드는 ‘그랑파리 프로젝트 플랜’을 세웠다. 영국도 ‘대런던 플랜’을 수립하고, 국가사업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3기 신도시는 1, 2기 신도시와 인접한 곳에 배치된 것도 큰 틀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 기존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소하도록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다. 교통·환경·교육 등 현재 서울·수도권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도시 플랜을 세우면 주민들의 우려도 상당 부분 풀릴 수 있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덜 수 있다. 판교가 개발됐다고 분당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신·구도시 간 갈등도 있겠지만, 시너지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예전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경험했던 오류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 안 된다.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