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의 "최저임금 1000엔 땐 中企 생존 위협"

입력 2019-05-29 15:37
"가파른 인상 강력 반대
정치논리에 전국서 비명"


[ 김동욱 기자 ] 일본상공회의소가 일본 당정이 추진 중인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움직임을 자제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전국 평균 최저임금(시급) 1000엔(약 1만894원) 달성 시기를 기존보다 3~4년 앞당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취약지역 지지율 제고를 위한 것이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일본상의는 판단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상의는 후생노동성과 집권 자민당에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요망서를 제출했다. 일본 경제단체가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견을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상의는 이 요망서에서 “3%를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률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나치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경영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고 사업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며 “경제 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요망서에는 “(기업과 자영업자의) 지급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능력 이상의 임금 인상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비명소리가 전해지고 있다”는 높은 수위의 표현도 포함됐다.

일본상의에 따르면 올해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38.4%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임금 인상을 강행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 비율은 2016년 대비 12.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각 지방 심의회가 ‘정치적 의도’로 손타쿠(忖度: 윗사람 마음을 헤아려 행동하는 것)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실태에 맞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2020년대 초반까지 전국 평균 시급을 1000엔으로 인상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이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어 표심을 돌리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인상폭인 3%가량씩 전국 평균 시급을 올려왔다. 하지만 평균 시급 1000엔 달성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연평균 인상률을 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매년 7~8월께 학계와 노사 대표가 모인 심의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해 결정한다. 일본은 현재 지역 및 산업별로 경제 수준과 물가 등을 고려해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는 도쿄가 985엔(약 1만739원)으로 가장 높고 가고시마현이 761엔(약 8297원)으로 가장 낮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