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가격 폭락…정부, 수급대책 내놨지만 농가는 '시큰둥'

입력 2019-05-29 15:08

예상을 뛰어넘는 풍년에 수요까지 줄면서 양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급기야 재배한 양파를 폐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5월 양파 관측정보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양파 도매가격은 상품 1㎏당 508원으로 전년도 589원보다 13.8%, 평년보다 15.3% 떨어졌다.

양파가격은 하락은 2018년산부터 이어지고 있다. 2017년산 상품 양파 1㎏ 도매가격이 1200원대까지 올랐지만, 2018년산부터는 600~700원대로 폭락했고 올해산 양파는 500원대까지 추락했다.

양파가격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배면적과 생산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양파 재배면적은 평년의 경우 2만1120㏊였으나 지난해 2만6425㏊까지 늘었다. 올해는 2만1756㏊로 전년도보다 줄긴 했지만 평년 재배면적보다는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양파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 평년대비 15만1000t이 과잉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파값 하락에 정부는 수급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으면서 양파 생산농가들은 격리 물량을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말 중만생양파 3200t을 산지 폐기했고, 이달 말부터는 5066t을 시장 격리하겠다고 했다. 전남도도 자체적으로 조생양파 1만840t을 시장격리했다. 이달 말부터는 중·만생종 양파 1만t을 산지 폐기한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중만생종 수확기 이전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그 시기를 넘긴 데다 수급대책의 내용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자체 추진하는 수급안정대책과 정부가 마련한 시장격리 물량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가면 다음 해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급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농산물 가격 안정화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 지역에서는 민간업체가 양파 농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경남무역은 오는 6~8월 합천·산청·거창지역에서 생산되는 양파를 대만에 500t을 수출하는 등 도내에서 생산되는 양파 수급조절과 시장안정화를 위해 해외시장 수출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대책만으로는 가격 안정이 어렵다고 보고 양파농가 돕기 운동 등 민간 업체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