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사, '왜' 법인분할로 싸울까…"구조조정 신호탄 될 수 있어"

입력 2019-05-29 14:04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코앞에 두고 노사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주주총회장 기습 점거와 전면파업을 불사하고 있다. 사측은 고소 조치로 맞대응하는 중이다.

노조는 31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지난 27일 기습 점거한 후 사흘째인 29일까지 주총장 주변을 봉쇄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면파업도 28일부터 이틀째 벌이고 있다.

회사는 그간 파업 과정에서 불법행위와 충돌 사태 책임을 물어 노조 간부 등 6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한마음회관 노조 퇴거를 경찰에 요청한 상태다.

왜 노사 양측은 법인분할을 두고 대립하는 것일까. 노조는 법인분할이 되는 순간부터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법인분할을 다룰 주주총회를 열도록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임시 주주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승인되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게 된다. 이때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원(2.3%), 신설 현대중공업에는 7조576억원(97.7%)으로 각각 승계된다.

노조는 이 과정이 완료되면 부채가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경영 위기가 오면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미 장기간 조선 경기 위축으로 지난 수년간 4000여명이 구조조정 된 상황에서 더는 조합원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조합원 소속이 자회사로 바뀌면 근로관계가 악화하고 단체협약 승계 과정에서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반해 회사 측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회사는 분할 기술 개발과 자회사 관리는 중간지주사가 담당하고 신설 현대중공업은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전문성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분할 이후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양 회사 간 기술 공유 등으로 더 많은 수주 실적을 쌓을 수 있고, 직원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채 역시 선박 수주 때 받는 계약금 성격인 선수금과 충당부채가 대부분으로 실제 현금 형태이거나, 공정 진행에 문제가 없으면 지출되지 않고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지분 100%를 소유한 주주로서 연대 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 계약상 법인분할은 필수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 고용안정과 단협 승계를 약속하며 노조에 파업을 풀고 대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회사 취지는 수주가 없으면 언제든지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며 "중간지주사가 노동자 생존권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반발했다.

노조가 주총이 열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실제 주총 성사 여부와 법인분할 안건 통과 여부도 관심이다. 주총이 일단 열리면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라는 게 회사 안팎의 견해다. 이번 법인분할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 특별결의사항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중공업 주식 지분(지난해 12월 기준)은 현대중공업지주가 30.95%로 가장 많고 국민연금(9.3%), 케이씨씨(6.6%), 아산사회복지재단(2.38%), 현대자동차(2.31%) 등으로 국민연금을 제외하더라도 우호 지분이 상당하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반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3.27%다.

노조 역시 주총이 열리면 통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주총장 봉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봉쇄한 상황에서 주총을 열려면 회사가 경비인력 등을 동원해 점거 조합원을 퇴거시키거나 주총장을 변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회사 정관에는 임시 주총을 개최할 때는 2주 전 각 주주에게 일시, 장소, 회의 목적을 알리게 돼 있다. 정관대로라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장소를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노조가 주총장을 봉쇄했을 때 회사 측이 당일 장소를 바꿔 개최한 주총 효력을 법적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어 회사 측이 주총장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

대법원은 2000년 국민은행 행장 선출 주총 당시 노조 반발로 주총장이 봉쇄되자 회사 측이 주총 장소를 옮겨 선임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2016년 씨제이헬로비전 사건에선 사측이 봉쇄된 주총장에서 구두로 장소 변경을 알려 주주들이 충분히 변경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 판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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