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부족으로 개인고객 대출영업을 중단한 케이뱅크가 기업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 낮은 수수료로 기업고객의 수신 규모를 늘려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펌뱅킹 시스템 서비스 구축해 제휴처를 늘려왔다. KT와 통신요금 납부 가상계좌 서비스를 시작했고, 핀크와 페이코 등 간편결제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법인영업에 나선 것이다.
펌뱅킹은 기업과 은행 망을 연결해 온라인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용 금융 시스템이다. 입출금, 예금잔액 조회, 급여 지급 등에 활용한다.
케이뱅크는 시중은행과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금리, 수수료 우대 혜택을 꺼내 들었다. 법인고객에 개인고객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
타행송금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입출금 수수료, 증명서발급 수수료를 금액, 기간 제한 없이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A 시중은행은 타행송금 수수료를 건당 500~3000원에 책정하고 있고, 자동화기기 타행 입출금 수수료는 최대 900원이다. 증명서 발급 수수료는 건당 2000원을 부과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을 살린 △기업계좌 비대면 개설 △모바일 증명서 발급 △로그인 없는 빠른 조회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고액 송금에 사용되는 OTP(One Time Password)는 고객의 스마트폰에 탑재해, 따로 OTP나 보안카드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었다. 이는 케이뱅크가 국내 은행 최초로 출시한 서비스로 개인고객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업고객의 수신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모든 기업고객이 VIP로 금리, 수수료 걱정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이처럼 기업고객 모시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는 부족한 자본력을 채우기 위해서다. 기업의 주거래 지위를 확보하면 대출 영업을 위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대출상품 6개 가운데 지난달 '직장인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등 3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 측은 "상품 개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 판매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기업뱅킹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자본 확충의 어려움을 대출 중단의 이유로 꼽고 있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대출상품의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최근에는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히며 5900억원의 유상증자가 무산됐다.
금융당국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이유로 케이뱅크에 대한 한도초과보유 승인 신청 심사를 중단했다. 케이뱅크의 대규모 자본 확충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대출 재개 시점도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KT를 대신할 수 있는 신규 주주사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며 "기업고객이 늘더라도 부족한 자본을 메워 대출을 재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