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삼성
재판 前 미확인 의혹 쏟아져
"삼성은 비리집단" 여론몰이 논란
삼성바이오 중장기 투자 '올스톱'
법원, 삼바 '제재 집행정지' 판결
"섣부른 회계부정 기업 낙인 안돼"
[ 황정수/전예진 기자 ] 최근 법조계와 학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루머와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경제계에서는 미확인 루머와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삼성그룹 고위 경영진과 삼성바이오가 ‘범죄자’ ‘범죄집단’으로 낙인찍혔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삼성바이오는 국내외 신뢰도 하락으로 사업 실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총 19차례 압수수색을 하는 등 삼성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검찰의 삼성바이오 관련 수사는 분식회계와 증거 조작 및 인멸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로 향하고 있다. 사업지원TF 핵심 임원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면서 ‘삼성이 전략적 경영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 측에서는 ‘위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삼성 임직원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식의 단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감리조치 사전 통지 직후 계열사 임직원이 증거 인멸 모의’ ‘삼성바이오가 거짓 재무제표로 수조원 사기 대출’ 등의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보를 갖고 있는 수사 주체와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유착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인다”며 “언론은 검찰의 공식적인 수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뿌리 뽑겠다”고 언급한 적폐 관행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지휘공문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원칙에 위배되는 피의사실 유출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삼성 계열사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로 ‘쑥대밭’이 된 삼성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의 인천 송도 11공구 4공장 신설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5공장 추가 건설도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 등 윤리 규정이 까다로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마치 사실처럼 여겨지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상당 기간 삼성바이오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가치도 급락했다. 삼성바이오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24.7% 빠졌다. 같은 기간 스위스 론자(23.8%),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51.2%) 등 경쟁업체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 하락의 피해는 주로 개인 소액 투자자가 보고 있다는 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황정수/전예진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