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등 노동이슈 봇물에 '노무사 특수'

입력 2019-05-28 15:15
노사분규 늘고 산재 신청 급증
시험 응시생 1년새 1500명 증가

공인노무사 업계 '함박 웃음'
노사 양측에서 잇단 '러브콜'



[ 이인혁/조아란 기자 ] “임금체불액 역대 최고” “노사분규 및 산업재해 신청 건수 10년 내 최다”.

지난해 나온 노동 분쟁 관련 기록들이다. 올해도 정부가 노동친화적 정책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지표들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종 노동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공인노무사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전속 노무사를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음달 치러지는 노무사 1차 자격시험엔 전년 대비 1500명 가까이 늘어난 6211명이 지원했다.

노사 양측으로부터 러브콜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1조6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올 4월까지만 해도 임금체불액이 벌써 5895억원에 이른다. 5~29인 규모 소규모 사업장과 제조업에서 임금체불이 특히 많았다. 임금체불 등 임금분쟁 해결은 노무사의 주요 업무다. 향후 임금 관련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노무사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된 것도 노무업계에 호재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참으면서 일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신고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매년 급증할 만큼 노동법을 꼼꼼히 따진다. 근로자들이 느끼는 직장 내 부당행위 유형도 다양화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갑질’ ‘괴롭힘’ ‘우울증’ ‘스트레스’ 등과 관련한 법률상담은 최근 3년 동안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단순히 임금, 해고 등 문제뿐 아니라 근로환경을 두고도 노사 갈등이 발생하는 만큼 노무사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사업주들도 노무사들을 찾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주 52시간 근로제 본격 시행 등을 앞두고 기업들은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사내 인사 노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10.7%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최근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업계에서도 노조가 속속 설립되고 있다. 노무사들은 인사관리, 노사분쟁 조정 등 업무도 담당한다. 소상공인들도 노무사의 주요 고객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알바생 고발 글 하나가 문제가 돼 장사를 접는 일이 많다”며 “종업원 10인 이하 작은 식당 운영하는 곳들도 요즘은 노무사 자문 한 번쯤은 다 받고 창업한다”고 말했다.

노무사 모셔가기 전쟁

업계에서는 ‘능력 있는 노무사 모셔가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주로 아웃소싱 방식으로 운영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상근 노무사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도 “노무사 수당을 두 배가량 올렸는데도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학생 사이에서 노무사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노무사 시험 지원자 수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줄곧 3000~4000명대를 유지했지만 올해엔 작년보다 1467명 급증해 6000명을 넘어섰다. 고용부는 지원자 수가 증가하자 지난해 최소 선발인원을 250명에서 300명으로 늘렸다.

이인혁/조아란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