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의 중동은 지금] 골란고원 일대 갈등 '또'…이스라엘·시리아 간 공격 발생

입력 2019-05-28 11:19
수정 2019-05-28 11:21
이스라엘 국방부 “시리아가 통상 비행 중인 이스라엘 방위군 전투기에 공격”
시리아군 “이스라엘, 골란고원 인근 시리아 군기지 공격해 시리아군 장교 사망”



중동 일대 대표적 ‘화약고’로 꼽히는 골란고원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공격을 주고받았다. AP통신은 “중동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공격을 주고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와 시리아 국영 매체 사나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27일(현지시간) 각각 상대국 군에 소규모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시리아 대공포체계가 이스라엘 북부에서 통상 비행 중이던 이스라엘 방위군 전투기에 발사체 공격을 가했다”며 “발사체는 전투기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고 시리아 영토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영공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내고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비행기를 공격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공군은 대응 조치로 미사일을 발사한 시리아 발사기를 공격해 파괴했다”며 “이스라엘은 어떤 무력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확고한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시리아 대공포체계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 일상적인 순찰을 도는 전투기를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인근 쿠네이트라주의 시리아 군 진지에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사나통신은 시리아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시리아 쿠네이트라주 칸 아르나베 동부의 군 기지를 공격했다”며 “시리아군 장교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당했으며 군용차량 하나도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대공부가 시리아 영공 남부에 진입한 무인 항공기 하나에도 공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동남부와 이스라엘 북동부 접경지대에 있다. 면적이 180만㎡인 고원 지대로 일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해발고도가 1000m인 고원이다보니 전망대에서 시리아와 이스라엘 등 일대 저지대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어 군사적 가치가 크다. 요르단강과 갈릴리 호수를 끼고 있어 일대 주요 수자원 지역으로도 통한다. 이스라엘은 식수 등 수자원의 약 40%를 이곳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란고원은 본래 시리아 영토였지만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은 1974년부터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두고 1000여명 규모 평화유지군(UN DOF)을 주둔시키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967년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반환하도록 결의했지만 양측이 이를 사실상 거부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1970년대 시리아와 골란고원 등을 놓고 평화협상을 벌였지만 국경 안전보장과 갈릴리호 수자원 이용을 둘러싸고 양측 이견이 커 협상이 결렬됐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는 1981년 골란고원 일대에 자국법과 행정체계를 적용하는 골란법을 통과시켜 골란고원을 병합했다. 유엔안보리는 같은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병합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유엔 등은 그간 수차례 평화협상을 중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정식 인정하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 두 곳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정식 인정했다. 당시 시리아 정부는 이를 두고 “시리아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합법화하거나 정당화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당시 “골란고원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는 앞서 “EU는 국제법에 따라 골란고원 등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