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넓어진 코스닥 특례상장…올해 700社 기업공개 도전 '사상 최대'

입력 2019-05-27 17:42
IPO EXPO 2019

이익 못내도 기술·성장성 있거나
독창적 사업모델 가지면 상장 가능

증권사에도 '대박'의 문 열려
DB證, IPO 1건으로 100억 차익


[ 김동현/고윤상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특례상장이 기술력, 성장성뿐 아니라 사업모델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IPO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19’에서도 특례상장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날 참석자 60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상장예비기업 임직원이었다.


기술특례 상장 봇물

2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회사와 IPO 주관계약을 맺은 기업은 197개(20일 기준)다. 지난해 주관 계약을 맺은 512개사를 포함하면 약 700개사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올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에 나서는 기업은 작년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도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길재욱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이날 발표자로 나와 “지난해 코스닥 상장제도를 대폭 손질하면서 심사를 규제가 아닌, ‘컨설팅’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잠재 유니콘 기업 및 벤처캐피털(VC) 등과 간담회를 열어 상장사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성장 기업은 기술특례 상장 활성화로 코스닥 IPO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술보증기금 등 전문 평가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거쳐 일정 등급 이상 자격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 기술특례로 21개사(성장성 특례 포함), 올 1분기 4개사(이노테라피, 셀리드, 지노믹트리, 아모그린텍)가 상장했다. 성장성 특례는 주관사가 성장성을 평가해 상장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작년 4월 도입됐다. 양연채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발표자로 나와 “기술특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실적이 좋은 기업이 기술특례로 들어오려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특례 요건도 다양해지고 있다. 언어 번역업체 플리토와 유아 콘텐츠기업 캐리소프트는 지난달 ‘사업모델 기반 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사업모델 기반 특례는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독창적 사업모델을 갖춘 회사의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양 팀장은 “카셰어링 등 인프라 업체, 소셜커머스, 숙박·여행업체 등이 특례적용 대표 업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 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도입된 테슬라 요건 상장은 작년 2월 카페24에 처음 적용됐다. 지난해 시가총액 1000억원 또는 자기자본 250억원만 갖춰도 테슬라 요건 자격이 되도록 기준이 완화됐다. 작년 11월에는 바이오업체 셀리버리가 성장성 특례로 처음 상장됐다. 신약 개발회사 올리패스도 지난달 성장성 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거래소에 청구했다.

증권사, IPO로 대박

증권사도 특례상장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IPO 주관을 맡는 증권사에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2017년 1월 셀리버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11월 첫 성장성 특례 상장을 이끌어냈다. DB금융투자는 이 IPO 한 건으로 100억원 이상을 벌었다. 수수료 및 신주인수권 행사 등으로 80억원가량 차익을 실현했고, 프리IPO(기업공개 전 투자) 투자(약 18만 주)로 수십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김대용 DB금융투자 이사는 사례 발표에서 “성장성 특례는 주관사가 환매청구권(풋백옵션) 의무가 있어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다”며 “담당 매니저가 주관사 내부부터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 기업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부터 코넥스시장서 완화된 패스트트랙(신속 이전상장) 제도가 시행되면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이 더 늘고 있다는 평가다. 지노믹트리(암 조기진단 업체)의 주관을 맡았던 키움증권의 구본진 이사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상장한 상장사가 곧바로 상장할 때보다 보통 시가총액이 더 크다”며 “코넥스에 상장해 시장에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新)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라 예비 상장사가 내부 통제 절차를 미리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인혜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재무제표는 최근 2개 연도에 대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전환하고, 회계·재무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을 영입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고윤상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