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도 금감원장에 강한 불만
[ 김우섭/하헌형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후보 회사들이 모두 탈락하자 금융당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원칙을 훼손한다는 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힘들게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금융당국이 혁신성장을 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여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가 전해진 지난 26일 오후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금융당국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숱한 논란에도 법을 통과시켜 혁신성장의 의지를 보였는데 성과가 안 나고 있다”며 “당내 실망도 크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두 회사의 동시 탈락은 사전에 보고받지도 못했고,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당혹스럽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규제혁신 1호’로 지목한 정부의 핵심 혁신성장 법안이다. 민주당은 당내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 등의 극렬한 반대에도 지난해 9월 비금융주력자가 최대 34%까지 지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첫 심사 결과가 26일 나온 것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자본과 혁신 정도를 고려한 금융당국의 어려운 결정은 이해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당청의 혁신 의지에도 인허가권을 쥔 금융당국이 여전히 복지부동이란 불만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17년 위원장으로 있었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논의 초반에도 금감원장으로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야당도 금융당국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시민단체 입김에 휘둘린 금감원의 반대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며 “향후 정무위 회의에서 금감원을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허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의원은 “금융당국이 정하는 특정 기간에 인가 신청을 받기보다 상시 신청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윤석헌 원장은 평소 법 취지를 살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신청자들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추가 인가 기회를 조속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