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폭등' 비트코인 천만원 돌파…두달새 2배 뛰었다

입력 2019-05-27 05:20
수정 2019-05-27 11:44
"글로벌 기업들 본격 진출… 2017년과 성격 달라" 낙관론
"고래들 좌지우지 가능성 높고 조정폭 클 수 있다" 반론도



대표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의 가격 회복이다. 특히 지난달 초 500만원 돌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약 2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7일 오전 4시45분께 1000만원을 돌파한 뒤 5시20분 기준 101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새해 첫날 420만원선에서 시작했다. 450만원까지 올랐다가 1월 내내 하락세를 보인 끝에 370만원까지 내려갔다. 2월 들어 서서히 반등해 2월24일 다시 450만원선에 안착했다. 이후 횡보를 지속하다 3월부터 삼성전자·피델리티·JP모건·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호재에 힘입어 상승 궤도에 올랐다.

파죽지세 신호탄은 '만우절 가짜뉴스' 논란을 빚기도 했던 4월2일의 폭등이었다. 이날 하루 동안 저점 대비 17% 넘게 상승해 500만원 벽을 넘었다. 이후 비트코인은 연달아 연중최고점을 갈아치웠다. 같은달 8일 600만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5월8일 700만원대에 진입했다. 이어 12일 800만원을, 14일 900만원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고 27일 마침내 1000만원선을 뚫었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은 것은 연이은 호재 덕분이란 게 업계의 분석. 암호화폐 시장은 연초부터 각종 호재가 쌓여 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한 게 컸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과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 스토어를 탑재했다. 글로벌 금융 공룡 피델리티가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JP모건은 자체 암호화폐 'JPM 코인'을 발행했다. 페이스북도 내년 1분기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자체 암호화폐 발행이 예상된다. 암호화폐 광고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최근 들어 대형 호재가 겹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만드는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13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선물거래 테스트를 7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트는 대금 결제를 비트코인으로만 할 수 있는 '실물인수도' 방식을 택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결제는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카리부 커피 등 여러 기업들이 '스페든' 앱(응용프로그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한다고 포브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비트코인캐시·제미니달러 등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미국의 미디어 공룡이자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통신사 AT&T도 마침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기업 비트페이(BitPay)와의 협업을 통해 모든 고객들이 웹이나 모바일 앱 상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통신요금 결제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비트코인 상승이 지난 2017년 폭등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한 암호화폐 펀드 관계자는 "당시는 국내와 중국의 투기 수요가 주도한 가격 상승이었다. 실체가 없는 상승에 가까웠다"면서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의 투자 수요가 주도하는 상승이란 점이 다르다. 전세계 비트코인과 법정화폐 간 거래량의 94%가 달러화와 엔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암호화폐 상승이 계속된다면 과열 양상을 띨 수 있지만 이젠 투자자들도 어느정도 학습 경험이 있는 상태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앞다퉈 유의미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어 종전과 같은 실체 없는 투기 수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시가 총액과 거래량이 적어 일부 고래(거물)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 이같은 암호화폐 특성상 상승에 따른 조정폭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그래픽=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