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주말 14.28포인트 급락해 2050포인트마저 뚫렸다.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2008년 10월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추세면 연초 대비 상승률을 조만간 모두 반납하는 것은 물론 2000포인트마저 무너질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주가 급락은 외국인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보름 새 2조3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사이에 낀 한국이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1, 2대 교역 대상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은 한국에 커다란 악재임이 분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한국 증시 하락세는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5월 하락폭(-7.18%)만 봐도 미국 S&P500지수 (-4.07%)보다 훨씬 크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7.32%)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들어 상승률은 미국(12.58%), 중국(14.40%) 모두 한국(0.21%)을 크게 앞선다. 무역분쟁 당사국보다 한국 증시가 훨씬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이외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 침체를 들지 않을 수 없다. 1분기 성장률은 -0.3%로 OECD 최하위이고 수출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부진하다. 상장사들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보였고 올 2분기는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라 안팎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끌어내리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의 낙제점을 받은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북한 비핵화는 멀어지고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높아지는 양상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개별 주식 등락을 떠나 한국 시장에 더 남아 있을 이유가 거의 없어지게 된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한, 총체적인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단순한 주가 하락을 넘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이탈’에 담긴 신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주가는 한 나라의 경제를 오롯이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