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태양광·풍력 발전에 이어 전기버스까지 온통 ‘중국산(産) 놀이터’로 변했어요. 저가 제품으로 치고들어온 중국 기업들이 보조금마저 빨아들이면서 국내 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정부가 탈(脫)원전 대책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2026년까지 8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정작 국내 산업계는 줄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유일의 태양광 부품(잉곳·웨이퍼) 제조사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1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태양광 전지 재료를 생산하는 OCI도 작년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대통령표창을 받은 한 중소기업의 공장가동률은 최근 10%대로 추락했다.
그 사이에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태양광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생산원가 중 45%는 전기요금이다. 중국은 내몽골 지역에서 생산되는 값싼 전기와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업체들은 전기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지난달 정부에 전기료 혜택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아직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풍력발전 시장도 중국 기업에 뺏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풍력발전 세계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이들은 싼 가격을 무기로 대규모 사업을 따낸 뒤 20년에 걸친 유지·관리 업무까지 도맡는다. 한국은 태양광·풍력을 주축으로 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며 지난해에만 2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돈이 중국 기업들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
보조금은 중국산 저가 전기버스에도 지급된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전기버스 140대 중 62대(44.2%)가 중국산이었다. 이들의 보조금은 대당 최대 3억원에 달했다. 가격 3억3000만원인 버스에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이 3억원이니 구매자가 무는 실제 가격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국산 전기버스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
업계는 “정부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에너지정책을 무리하게 바꾼 탓에 이렇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제라도 전략적 산업에 걸맞은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국산 장비를 최대한 사용해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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