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이어 U2도 첫 내한설
새로움에 대한 갈증·도전정신
문화 과잉 시대서도 여전히 통해
[ 김희경 기자 ]
이름만 듣고도 동공이 확장된다. ‘퀸’과 ‘U2’. 그 위대한 전설들이 정말 한국에 오는 걸까.
영국 록밴드 퀸의 내한이 확정됐다. 1971년 결성 이후 처음으로 내년 1월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지난해 말 국내에서 994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공연장에서 모두 함께 손발로 박자를 맞추며 ‘We Will Rock You’를 부르는 장면이 서울에서도 똑같이 펼쳐진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내한 얘기는 더 믿기 힘들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는 12월 내한설이 공연업계 관계자 사이에 퍼지고 있다. 만약 성사된다면 U2 역시 밴드 결성 39년 만의 첫 한국 공연이다. U2는 한국에 오지 않은 밴드 중 가장 기다려지는 밴드 1순위로 꼽혀왔다. 내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드디어 ‘With or Without You’를 떼창하는 거냐”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전설들이 온다. 국내 팬들은 그동안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환호하고 있다. 관람권 예매가 시작되면 더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다. 이들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은 음악을 듣고 느끼는 시절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토록 전설에 열광하는 걸까.
퀸과 U2뿐만 아니다. 최근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멤버였던 노엘 갤러거도 내한 공연을 했다. 이전엔 해외 유명 가수나 밴드는 아시아 투어를 하더라도 일본을 주로 찾았고 한국엔 오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시장 규모가 작은 영향이 컸다. 관객들의 저력도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현대카드가 2007년부터 ‘슈퍼콘서트’를 열면서 달라졌다. 팝페라 밴드 ‘일디보’를 시작으로 스티비 원더, 콜드플레이 등이 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 공연해본 이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응축된 에너지를 한번에 뿜어내는 듯한 함성, 가사 한 소절마다 소중히 되새기며 부르는 떼창까지. 전설을 제대로 맞이할 줄 아는 관객들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에너지는 오랜 갈증으로부터 나온다. 퀸과 U2의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 국내 대중은 문화적 결핍을 겪어야 했다. 물론 그 시기에도 많은 노래가 나왔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진 못했다. 국풍 등 관제 가요제가 있던 시절이니 오죽하랴. 그러던 중 해외에서 도착한 새로운 사운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를 기억하는 40~50대는 여전히 전설에 대한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의 10~20대가 이들에게 반응하는 것 또한 모순되게도 결핍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처음 접한 퀸의 노래에 깊이 빠져들었다. 부모가 젊었을 때 느낀 충격을 똑같이 받는 모습이다. 지금은 문화 과잉의 시대지만 시스템 안에서 복사한 듯 비슷한 음악을 주로 듣는다. 그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의 음악에서 진정한 새로움을 느끼게 됐다.
전설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각인을 새기는 일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돼야만 가능하다. 퀸이나 U2나 곡의 첫 소절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임을 느낄 수 있다. 기존 권위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도전을 반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퀸은 오페라를 접목해 곡 길이가 6분이나 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었다. U2는 록을 기반으로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한데 섞었다. 혹평받아도 쿨하게 넘기며 갈 길을 갔다. 그래서 더 전설적인 존재가 됐는지 모른다.
아쉽지만 퀸의 이번 내한에도 1991년 세상을 떠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 대신 2012년부터 그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애덤 램버트가 오리지널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무대에 오른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전설의 머큐리를 그린다. 그도 이를 알았던 것 같다. 자신이 떠나도 대중은 자신을 떠나보내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머큐리가 에이즈 투병 생활을 하며 남긴 노래 제목이 이를 보여준다. ‘The Show Must Go On’. 전설의 쇼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