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년 전 100배 가격에 뉴욕 빌딩을 산 사연

입력 2019-05-24 17:08
수정 2019-05-24 17:09


(심은지 국제부 기자) 구글이 최근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Meatpacking)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을 6억달러(약 7100억원)에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1996년 거래 가격(600만달러)의 100배에 달합니다. 구글은 왜 이 가격에 빌딩을 산 걸까요.

이번 거래를 중개한 더스 하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회장이 그 주역입니다. 그는 뉴욕 부동산 시장의 붐을 일으킨 부동산 전문가로 꼽힙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회장인 그는 이번 거래를 포함해 수많은 뉴욕 빌딩들의 거래를 중개했죠.

그가 일명 ‘밀크 빌딩’이라 불리는 이 건물을 처음 팔았을 때는 1996년이었습니다. 자갈로 포장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한마디로 불쾌한 동네로 통했습니다. 트랜스젠더 매춘부와 불법 마약의 공급하는 전초기지로 여겨졌던 곳이죠. 당시 이삿짐 회사를 세워 이 지역에서 성공한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가 600만달러(약 70억원)에 이 건물을 구매했습니다.

새 주인은 이 건물은 바꿔나갔습니다. 그들은 ‘밀크 스튜디오’를 포함한 패션과 미디어 회사들을 건물에 유치했습니다. 이후 갤러리와 팬시한 레스토랑들이 들어섰습니다. 이 지역은 디자인, 예술, 패션, 문화, 음악, 테크놀로지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변모해 갔습니다.

2004년 하몬 회장은 이 건물을 다시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라고든에 팔도록 중개합니다. 당시 거래 가격은 5500만달러(약 650억원)였습니다. 하몬 회장은 4년 후 다른 부동산 투자회사인 스텔라 매니지먼트에 이 건물을 1억6100만달러(약 1900억원)에 팔도록 돕습니다. 2013년 이 건물의 소유권은 2억8400만달러(약 3300억원)개발업체 제임스타운으로 바뀌었습니다.

구글은 하몬 회장의 주요 고객입니다. 하몬 회장은 구글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뉴욕에 건물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앞서 구글은 작년 2월 맨해튼의 첼시마켓 빌딩을 24억달러에 샀습니다. 이 거래도 하몬 회장의 입지를 굳히는데 도움이 됐죠.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을 뉴욕으로 잇따라 신사옥을 건설하면서 뉴욕은 기술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몬 회장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새로운 거래에 밀어넣는 게 특기입니다. 새로운 임대 경향과 개별 도시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자료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죠. 물론 일각에선 그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하몬 회장의 명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하몬 회장은 “돈이고, 힘이고, 전부다. 그리고 뉴욕을 얻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몬 회장에게 이번 ‘밀크 빌딩 세일’은 비록 중국 바이어들이 많이 줄고 고급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뉴욕의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몬 회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뉴욕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징후에도 불구하고 뉴욕 빌딩은 건재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끝) /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