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금세탁방지 기업과 블록체인 보안 기업 '협업'
가상화폐(암호화폐) 자금세탁을 차단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금융 준법 솔루션 기업을 표방한 옥타솔루션은 지나 23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위한 암호화폐 AML 솔루션 '크립토AML-프리즘'을 공개했다. 암호화폐 AML 솔루션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옥타솔루션은 국내 금융권 AML 시장의 30~40%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도 고객실명인증(KYC)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옥타솔루션은 크립토AML-프리즘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 보안 위협 감지 플랫폼 센티넬프로토콜과 협력했다. 옥타솔루션의 KYC, 거래모니터링 솔루션과 센티넬프로토콜의 암호화폐 지갑 추적·분석 시스템, 블랙리스트 데이터를 결합해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대부분 단타 매매가 이뤄진다. 암호화폐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 싼 값에 사들여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매도한 뒤 바로 출금하는 식이다. 보이스피싱 계좌 거래 형태와 유사한 탓에 거래소들은 혐의 거래를 판별하기 어렵다.
이를 노린 해킹, 피싱 사기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소를 해킹해 빼돌린 암호화폐나 암호화폐 공개(ICO) 등을 명목으로 모은 암호화폐를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로 전송해 추적이 어렵게끔 세탁하기도 한다.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연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잠적한 '퓨어빗' 사건이 대표적이다.
크립토AML-프리즘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사전 확보한 블랙리스트 계좌로 암호화폐를 보내려 하는 이용자에게 경고창을 띄운다. 암호화폐를 전송하려는 계좌가 왜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는지 설명하고 거래 여부를 재차 확인해 피해 위험을 줄인다.
이같은 경고 절차에도 암호화폐를 전송하겠다고 응답하면 해당 이용자 계좌도 의심 계좌로 분류한다. 이용자 계좌의 과거 거래 내역을 추적, 블랙리스트 계좌와 거래가 잦은 것으로 판명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신고가 이뤄진다. 송금 이후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당 거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사진)는 "기존 AML은 거래 내역을 판별해 자금세탁 위험도를 측정했지만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즘은 이러한 사후적 방법이 유효하지 않다. 고객 리스크에 무게를 둬 악의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이들을 원천 차단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장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문기업과 금융회사·감독 당국을 직접 연결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올 7월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도 예정된 만큼 관련 기술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트릭 김 센티넬프로토콜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하는 해킹·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센티넬프로토콜이 기존 금융 준법 솔루션과 결합해 더욱 촘촘한 AML 기능을 제공하게 됐다. 한국 시장 상황에 걸맞은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