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록재단, 《한국의 …》 발간
수익금, 멸종위기종 보호에 사용
[ 황정수 기자 ]
구본무 LG 회장(사진)이 생전 안타까워했던 점 중 하나는 환경오염으로 멸종 위기종이 늘어가는 것이었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심심산골에 가지 않으면 은린옥척(銀鱗玉尺: 은빛 비늘이 번쩍번쩍하고 모양이 좋은 물고기)을 볼 수 없다는 점에 특히 마음 아파했다. 더 늦기 전에 한반도에 서식하는 모든 민물고기에 관한 정보를 한 권의 책에 담고자 했다.
LG상록재단이 지난 10일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필드북’ 형태의 《한국의 민물고기》 도감을 펴낸 계기다. LG상록재단은 한국에 자생하는 생태계에 관심이 컸던 구 회장이 1997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환경 전문 공익재단이다.
구 회장은 도감 발간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국내 민물고기 전문가로 도감 대표 저자를 맡은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장에게 먼저 연락한 것도 구 회장이었다. 그는 채 소장을 포함한 총 6명의 저자를 여러 차례 초청해 식사를 함께하고 직접 가꾼 화담숲을 보여주기도 했다. 구 회장은 가장 좋아하는 새와 민물고기를 관찰한 일 등을 어린아이같이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채 소장은 “도감이 완성된 것을 보지 못하고 (구 회장이) 돌아가셔서 가슴 한쪽 구석이 휑하니 빈 듯하다”며 “구 회장 영전에 도감을 바친다”고 했다.
《한국의 민물고기》는 LG상록재단이 2000년 출간한 《한국의 새》에 이은 두 번째 도감이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서 관찰되거나 기록된 민물고기를 총망라했다. 국내에서 출판된 도감 중 가장 많은 총 21목 39과 233종의 민물고기를 수록했다. 3차원 세밀화로 민물고기를 표현한 게 특징이다. 도감을 펼치면 민물고기의 몸통과 지느러미 모양, 색 등을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살필 수 있다.
LG상록재단은 도감 판매 수익금을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보호사업 등에 쓸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