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이어 웨딩·환전까지…전통 사업자 vs 스타트업…곳곳서 충돌

입력 2019-05-22 17:23
결혼 상품 중개 플랫폼 웨딩북
컨설팅社가 거래 종용 압박


[ 송형석/김남영 기자 ]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오프라인 사업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업계 질서를 해친다”는 주장과 “기존 업체가 혁신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신구(新舊) 사업자 간 갈등이 한층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에 힘입어 플랫폼 비즈니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정’ 맞는 플랫폼 스타트업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 관련 상품을 중개하는 웨딩북은 결혼 컨설팅업체 아이니웨딩, 다이렉트웨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이니웨딩에 대해서는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의 압박으로 제휴 업체가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게 웨딩북의 설명이다.

웨딩북은 지난해 8월 설립된 결혼상품 중개업체다. 웨딩 업체들이 내놓은 상품의 가격을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했다. 부르는 게 값이던 결혼상품 가격을 ‘정찰제’로 바꾼 셈이다.

웨딩북 관계자는 “가격 노출을 꺼리는 대형 웨딩 컨설팅업체들이 제휴 업체에 웨딩북과 손을 끊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전사업을 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그레잇은 시중은행과 부딪혔다. 이 회사는 ‘웨이즈’란 브랜드로 모바일 환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미리 환전 신청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외화 현물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가 외국환거래 규정을 개정하면서 온라인 환전사업자 자격을 얻었다.

이 업체는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외화를 전달하다가 공항 측의 제지를 받았다. 인천공항공사가 ‘전달 행위’를 ‘영업 행위’로 간주해서다. 정식으로 공항에 입주한 은행들의 항의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환전과 같은 상업서비스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잇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다. 권용근 그레잇 이사는 “공공시설인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외화를 전달하는 게 왜 은행 영업권을 침해하는지 알 수 없다”며 “추가 환전 및 환전 예약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그레잇의 편을 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항 측에 기재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규제’가 더 큰 문제

플랫폼 비즈니스를 둘러싼 갈등의 진원은 운송 업계다. 지난해 말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반기를 든 게 시초다. 택시 기사들이 시위 현장에서 분신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카풀 허용 시간을 규제하는 합의안이 나온 뒤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 운전기사 알선이 가능하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엔 택시 기사가 타다에 반대해 분신하는 사고도 터졌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기존 업체들의 방어적 자세는 ‘사회적 규제’로 볼 수 있다”며 “제도적 규제에 사회적 규제까지 더해지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게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송형석/김남영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