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OECD 내 성장률 순위, 그 시사점

입력 2019-05-21 17:46
작년 성장률은 3050클럽 2위? 역대 최악?
중요한 건 '추세적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
'일본化'하는 경제 부흥시킬 지혜 모아야

안동현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작년 한국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라고 발언했다가 설화(舌禍)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즉각적으로 OECD 국가 중 18위로 역대 최저라고 반박했고, 다시 정부는 OECD 국가 중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 속하는 국가 중 2위라는 얘기였다고 강변했다.

팩트는 무엇인가? 그림(A)는 연도별 OECD 내 순위와 그중 3050클럽 국가 내 순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순위라는 것은 비모수적 지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검정법은 통계학에서도 특별히 다룰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그림(B)에서는 한국 성장률과 OECD 단순평균 성장률, 그리고 한국 성장률과 OECD 내 3050클럽 국가의 단순평균 성장률을 시계열로 나타냈다.

이 총리의 말대로 한국 성장률은 작년에 3050클럽 내에서 2등을 했다. 물론 3050클럽이란 정의 자체가 자의적이다. 한국에서나 쓰는 용어다. 구글에서 ‘3050club’을 쳐보라.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폐열차를 활용한 선술집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그런데 한국이 2000년부터 3050클럽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해 순위를 매겨보면 2등을 한 적이 두 번 있다. 2003년과 2015년이다. 그 외에는 모두 1등을 했다. 작년 말 3050클럽에 처음 가입했으니 작년부터만 따로 계산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자랑할 것도 비난할 것도 없다. 샘플이 하나밖에 없으니.

이제 야당의 주장을 들여다보자. 작년 OECD 국가 중 18위로 역대 최악의 순위인 건 맞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률 순위는 그림(A)에서 보듯 매우 변동폭이 크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다시 10위권을 유지하다 2015년 16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리고 11위, 13위, 18위 등 추세적으로 순위가 나빠지고 있다. ‘역대 최악의 순위’는 맞지만 16위를 한 적이 있으니 18위라고 해봐야 오십보백보다.

진짜 우리가 논해야 할 부분은 추세적으로 순위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림(B)다. 2000년대 초·중반은 OECD 평균과 비슷한 성장률을 보였으나 3050클럽에 비해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위기 당시 OECD나 3050클럽에 비해 월등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성장률 격차가 좁아지면서 2015년 이후에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3050클럽 평균에 비해서도 이제 1%포인트가 조금 넘는 격차를 보이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순위나 성장률의 절댓값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경제가 지난 50여 년간 고도성장기를 거쳐 중·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으니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3050클럽에 속한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 평균치는 무려 4만2000달러 수준이다. 이제 갓 3만달러를 넘은 우리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성장률 하락 속도는 한국 경제 수준에 비춰봤을 때 너무 가파른 것,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즉 잠재성장률 하락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오히려 정치권의 화두가 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일본화’돼가는 경제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떻게 부흥시킬 수 있을지 정치권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