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편견·혐오 만연땐
되레 사각지대 내몰릴 수도
체계적 교육·상담치료로
건강한 사회복귀 힘써야
[ 이지현 기자 ]
알코올 중독자, 조현병 환자 등이 저지르는 비극적 범죄가 잇따르면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면 환자를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민 인식이 악화되면서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격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이 계속되면 환자가 숨고 움츠러들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가 박탈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평생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호소하는 한국인은 25.4%다.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는 의미다. 가장 흔한 질환은 알코올 중독이다.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17개 정신질환 중 알코올 의존, 남용 등 알코올 사용 장애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 한국인 비율이 12.2%로 가장 높았다. 국내 환자는 13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중 정신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비율은 12.1%로 정신질환자 중 가장 낮다. 알코올 사용 장애가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알코올은 조현병은 물론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지만 한국에서는 음주문화에 관대해 술 문제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 의지나 습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건 치료 문턱을 더 높게 할 뿐”이라고 했다.
많은 알코올 중독 환자가 치료받지 않는 이유는 알코올 중독 치료에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편견이 입원 치료다. 김 원장은 “과거에는 알코올 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없다 보니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술과 격리를 위해 환자를 병원에 가둬놓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잠시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입원 기간 술을 마시지 않은 환자가 퇴원 후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돼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만 커졌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은 단순 입원과 약물 치료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원장은 “알코올 중독 치료 목적은 환자를 술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게 아니라 술을 끊고 다시 가정과 사회로 복귀해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술에 의존해 살아온 삶을 변화시킬 체계적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 그는 “정신질환 치료 문턱을 낮추고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그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