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국세를 체납했을 때 그 법인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대주주의 대주주에게까지 연쇄적으로 지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세기본법상 2차 납세의무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83억여원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남대문세무서는 부동산개발업체 A사가 법인세 110억여원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자, A사의 주식 82%를 보유한 B사를 국세기본법상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 법인세 중 83억여원을 부과했다. B사도 내지 않자 남대문세무서는 B사 주식 100%를 소유한 재향군인회를 2차 납세의무자로 재지정하고 B사가 내지 않은 체납 법인세 83억여원을 그대로 부과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과점주주의 과점주주까지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법인이 납세하지 못했을 때 과점주주가 2차 납세의무를 진다. 과점주주는 발행주식 과반수를 보유하고 기업경영을 지배하는 주주로 지배주주, 대주주라고도 불린다.
재판에서는 법인세를 체납한 법인의 과점주주인 법인이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됐는데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못하면 과점주주 법인의 과점주주를 또 다시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점주주까지만 적용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도 “무제한적으로 단계적 2차 납세를 인정할 경우 조세법률주의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봤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