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우리은행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변경됐다. 역전극에 성공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의 행보와 함께 향후 롯데카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시장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사업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선 만큼 향후 우리금융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지주는 21일 "지난 3일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 지분 93.78%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13일 배타적 우선협상 기간이 만료돼 MBK파트너스를 새로운 우선협상자로 선정,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지주는 "구체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 한상원 대표가 2016년 진행한 KT와의 M&A 거래로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우선협상자를 우리은행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바꾼 것이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법원 판결 전까지 대주주 적격심사가 중단되고, 사법당국에서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롯데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에 나서게 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롯데지주는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를 매각해야 한다. 한앤컴퍼니 인수에 대해 롯데카드 노동조합이 반대 입장을 표한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 20%씩 나눠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이 20%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로 남는 구조다. 4월 본입찰 당시 우리은행-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1조6000억원(지분 100% 기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추가 협상에서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지분투자 개념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황이란 점과 이번 인수전이 투자은행(IB) 영업 측면에서 매력적인 딜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MBK 지분 매입 자금 중 절반가량을 대출을 통해 조달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또는 금융주선에 따른 이자와 수수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의 딜"이라며 "향후 롯데카드 인수 등에 대해서는 계약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MBK 지분 6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설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향후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걸고 있다. 우리금융이 과거 아주캐피탈 인수과정에서도 재무적 투자자(FI)에서 전략적투자자(SI)로 전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표준등급법 적용을 받아 출자한도가 제한적인 올해는 우선 사모펀드인 MBK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후 재매각에 나서는 과정에서 우리금융 혹은 우리은행이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카드업계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향후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하면 우리카드는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어 단숨에 업계 3위(자산 규모 기준)로 올라서게 된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사업 강화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3위 금융지주 경쟁에서도 한층 유리한 형세를 갖추게 된다. 우리금융은 올 1월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후 첫 성적인 1분기 순이익이 5686억원을 기록, 하나금융(1분기 순이익 5560억원)을 제치고 금융지주사 3위에 올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뒷심이 다시 한번 발휘된 셈이다. 손 회장은 현재 일본과 홍콩에서 해외 기업설명회(IR)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 우선협상자 선정 관련 사항은 유선상으로 보고 받고, 오는 22일 귀국 후 정식보고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융권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 등 고객정보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기존 우리카드의 고객층과 겹치지 않는 롯데카드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아있는 분위기다.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산업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에서 선두권 카드사들에 비해 현재 알려진 인수가액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란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적정 인수 가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정민/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