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 워싱턴 특파원
[ 주용석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하루 전인 2017년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일자리위원회는 ‘대외비’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공약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기존 당론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라며 “(이렇게 하려면) 최저임금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하므로 임기(2022년) 중 실현으로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영업 영업이익이 최저임금보다(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소득보다) 높아야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 소득 증가 대책을 연계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팔라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우려되므로 목표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현실적 제안이었다.
2년 전 민주당도 '속도조절' 제안
보고서 작성엔 김진표·홍영표 의원 등이 관여했다. 이후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장에 올랐고, 홍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여권 내에서 금세 잊혀졌다.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됐는지조차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은 그해 7월 “최저임금은 1년 해보고 나서 속도조절을 할지, 더 갈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그해 여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반발했지만 정부는 2018년에도 2019년도 최저임금을 10.9% 올렸다. 2년간 누적 인상률이 30%에 육박했다.
지난 일이 떠오른 건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저임금 권고’ 때문이다. IMF는 지난 13일 ‘한국 정부와의 2019년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노동생산성에 연동하도록 권고했다.
다음날 기자는 IMF 사무실에서 보고서 작성의 실무책임자인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한국미션단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2년간 30%가량 인상되면 어떤 경제라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2018년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건 그동안 최저임금이 낮았던 점 등을 고려해 한 번쯤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 상황에서 2019년도 최저임금을 또다시 가파르게 올린 건 과도했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성적 '바닥'
고용시장이 호황이라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는 역대 정부와 비교할 때 바닥권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일자리는 전년 대비 31만6000개 늘었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2018년엔 일자리 증가폭이 9만7000개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악이다. 2년간 연평균 일자리 증가는 20만6000개다. 올해 들어서도 17만6000개(1~4월 평균)에 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중 연평균 26만6000개, 이명박 정부는 27만8000개, 박근혜 정부는 36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곧장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숫자는 초라하다.
고용 악화의 책임이 전적으로 최저임금 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최저임금을 30%가량 올리면 고용에 충격이 온다는 건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상식에 가깝다.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