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도 보험 판다…핀테크 격전지 된 보험시장

입력 2019-05-20 15:08

보험시장이 핀테크 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국내 간판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 연내 본격적으로 보험 판매를 시작한다. 한 발 앞서 시장에 뛰어든 토스, 페이코, 뱅크샐러드 등에 이어 보험 판매 플랫폼 입지 구축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20일 출범 2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카카오페이데이2019(kakaopay day 2019)' 행사에 참석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쉽게 비교,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서비스를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우선 여행자보험 상품을 시작으로 보험 판매에 시동을 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6개 손보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험사의 여행자보험 상품을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쉽게 비교,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서비스를 내놓는다.

류 대표는 "보험 판매의 9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고, 시장은 소비자가 아닌 보험 설계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보험사는 설계사가 (마진이 낮아 잘 팔지 않던)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고 소비자는 수수료를 낮출 수 있게 돼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독립판매대리점(GA) 설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류 대표는 "온라인 판매를 위해 GA 설립 등 모든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보험 설계사와의 갈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였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높고 장기간 넣어야 하는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 상품에 집중할 계획이란 점을 강조했다.

류 대표는 "설계사의 주력 상품은 생명보험, 연금보험 등이고, 카카오페이가 진출하고자 하는 부문은 손해보험 중심"이라며 "기존 설계사와 직접적인 경쟁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에 앞서 간편송금 앱 토스는 지난해 독립판매대리점(GA) 자회사 토스보험서비스를 차려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올 1월부터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과 출시한 미니보험 6개 상품을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판매해 지난 17일 2만 건 넘는 보험계약을 달성했다.

뱅크샐러드는 '금융상품 추천 플랫폼'임을 내세워 맞춤형 보험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NH손해보험과 손잡고 고객 스스로 간편하게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 이른바 온-오프(On-Off)형 '스위치 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이 핀테크 기업이 내세운 것은 저렴한 보험료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울 수 있는 미니보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행자보험 등 판매 채널이 넓어졌다는 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은 보험료가 얼마 되지 않아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거의 없고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한 가입이 주를 이룬다"며 "앞으로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앱을 통해) 펫보험이나 일회성·단기성 보험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통합 보험 관리 앱 '보맵', 보험 비교 서비스 '굿리치' 등 앱과 함께 보험업계의 핀테크 각축전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보험은 중국 등 핀테크 선진국에서 시장성이 입증된 금융업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2013년 텐센트·알리바바·핑안보험이 공동으로 설립한 중안보험은 평균 성장률이 96%에 달하고 있다. 중안보험은 전자상거래 분야에 특화된 손해보험상품을 내놓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설계사들의 설자리가 차츰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손해보험 업계에서 다이렉트채널 가입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로도 업계의 비대면 영업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험업계 리서치사 'Capgemini& Efma'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 밀레니얼의 40%, 기술 친화적 소비자의 절반 수준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보험에 충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들은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높았다"고 밝혔다.

오정민/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