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000L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를 보면 울렁거립니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지난 17일 대만 마이씨넥스 공장을 둘러본 후 이같이 말했다. 2014년부터 꿔왔던 꿈이 자라나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마이씨넥스는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위탁생산업체(CMO)다. 현재 상업화가 가능한 용량인 2000L 생산체제 구축을 마치고, 글로벌 임상 3상에 사용될 임상시료를 생산하고 있다.
먀오리현 주난에 있는 마이씨넥스에서 1시간여 떨어진 타이베이는 에이수스(ASUS)가 있다. 매출 15조원의 세계 1위 컴퓨터 메인보드 생산기업인 에이수스는 삼천당제약이 한국 판권을 가지고 있는 무채혈 혈당측정기의 제조사다. 마이씨넥스와 에이수스 관계자들은 모두 삼천당제약과의 협력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마이씨넥스, 아일리아 시밀러에 증설 결정
바이엘의 아일리아는 2017년 8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황반변성 치료 항체의약품이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로 인해 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삼천당제약 측의 설명이다. 덕분에 또다른 황반변성치료제인 루센티스보다 경쟁자가 적다.
2014년부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SCD411) 개발을 시작한 삼천당제약은 5L 바이오리액터 생산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관련 내용을 보냈다. 개발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관심을 보였다. 가능성을 본 전인석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아일리아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아일랜드와 대만 등을 돌아다니며 CMO를 찾았다.
최종적으로 마이씨넥스를 선택했다. 마이씨넥스는 상업화에 필요한 2000L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를 갖고 있었다. 또 이 시설은 미국 및 유럽 규제당국의 생산 인증을 받은 곳이기도 했다.
전 대표는 "마이씨넥스는 그동안 내수용 바이오의약품을 주로 생산했던 곳"이라며 "SCD411은 첫 글로벌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마이씨넥스 측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CD411에 대한 마이씨넥스의 기대는 투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이씨넥스는 현재 1800만달러(약 200억원)을 투자해 6개의 2000L 바이오리액터를 증설하고 있다. 현재 임상시료가 생산되는 1기에 더해 증설분 중 2기가 SCD411 생산용이라는 설명이다.
페이 진 첸 마이씨넥스 대표는 "현재 삼천당제약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기회"라며 "추가 증설을 위한 투자결정에 의심이 없었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다해서 함께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천당제약은 올 11월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글로벌 임상 3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신청 전까지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대한 독점판권 및 공급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 3상을 진행해, 2024년 글로벌 판매가 목표다.
일본의 경우 올 3월 일본 다케다그룹의 센주제약과 독점판권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총 4440만달러(약 530억원) 규모였다. 전 대표는 "수년간 협의해온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상업화 용량에서 생산이 가능하냐는 것이었고, 이를 확인하자 일본에서 먼저 계약했다"며 "미국과 유럽 등도 임상시험을 위한 규제당국과의 회의가 긍정적으로 끝나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무채혈 혈당측정기, 에이수스의 첫 위탁제조품
글로벌 컴퓨터 하드웨어 기업인 에이수스는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기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고, 이 때 에이수스의 눈에 들어온 것이 국내 벤처기업인 디오스파마의 무채혈 혈당측정기다.
삼천당제약은 디오스파마에 투자해 한국 독점판권 및 유럽 매출에 대한 이익 공유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디오스파마의 무채혈 혈당측정기는 세 가지 센서로 이뤄져 있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혈액을 뽑아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와 달리 손가락을 45초간 센서에 갖다대기만 하면 혈당치가 나온다. 혈류 혈관경직도 등 혈당과 관계된 13가지 생체지표를 측정해 혈당을 산출하는 것이다.
조 쉬 에이수스 글로벌부사장은 "우수한 기술력과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해 창사 이래 최초로 디오스파마와 생산대행 계약을 진행했다"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독점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무채혈 혈당측정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에이수스는 이달 말까지 유럽 CE인증 및 임상시험을 위해 200대의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양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디오스파마는 이를 가지고 핀란드에서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CE인증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한국에 도입해 연내 건강관리기기로 등록도 추진한다. 의료기기 승인도 추후 진행할 예정이다.
전인석 대표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글로벌 삼천당제약의 꿈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며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일들이 가슴뛰게 하나씩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협력사 및 각국 규제당국을 찾아 1년에 7개월을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
대만=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