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블리로부터 고소당한 VVIP "말로만 책임…선택적 환불 없어야" (인터뷰)

입력 2019-05-20 12:53
수정 2019-05-20 16:00
임블리 VVIP 고객, 임블리 '예찬 →폭로' SNS 계정 전환
임블리 측에 피소…재판 진행 중
"임블리가 고객의 신뢰 져버렸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2달 만에 소비자 계정 운영자가 됐고, 명예훼손으로 피소까지 됐다. 쇼핑몰 임블리의 VVIP 고객에서 폭로자가 된 '임블리 쏘리'의 이야기다.

임블리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남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가 20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임 상무의 경영 퇴진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호박즙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보인다는 SNS 게시물이 게재된 것을 시작으로 불거진 임블리 제품 품질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임지현 전 상무는 SNS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면서 인플루언서로 활약했다. 임지현 전 상무의 인기와 함께 임블리도 빠르게 성장하며 의류 쇼핑몰에서 호박즙, 샤워기필터, 유아용 매트까지 판매하는 등 사업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호박즙 논란이 불거진 후 초기 대응을 미성숙하게 진행하면서 고객 반발과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특히 충성 고객들의 변심은 업계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었다.

현재까지도 임블리를 저격하는 SNS 계정 여럿이 소비자들의 제보를 통해 활발하게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이중 '임블리 쏘리(Imvely_sorry)'는 임블리 VVIP였던 고객이 전환한 곳으로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4일 임블리 측에 피소되면서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임블리 쏘리 계정주에게 VVIP에서 폭로자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직접 물었다.

▲ 임블리 안티 계정 운영자 이외 본인 소개를 해달라

임블리에 2018년도 8월에 가입해 2019년 4월까지(곰팡이호박즙사건 이전) 애용했던 VVIP 등급의 한 아이를 둔 30대 주부 임블리쏘리입니다.

▲ 임블리 폭로 계정을 운영하기 전엔 VVIP 팬이었다고 들었는데 임블리를 애용했던 이유가 있나?

임블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어요. 같은 아이 엄마라는 동질감을 느껴 지켜만 봐오다가(타쇼핑몰에 비해 비쌌기 때문)가을세일기간에 구입을 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만족을 하게 되어서 계속 이용하게 되었어요.

▲ 이 계정을 운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뭘까?

올해 초부터 고객응대에 어느 정도 불만은 있었어요. 인스타그램 댓글을 봐왔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피해자분들을 지켜보며 이건 이래선 안되는 일이다는 걸 깨달았고 이미 이를 질타하는 소비자계정이 있는 걸 보았죠. 저도 목소리를 내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존 소위 '임블리빠' 게시물 작성에서 피드백을 요구하는 소비자계정으로 바뀌었습니다.

▲ 호박즙 해명 사건 이전에 쏘리님께서 겪은 피해 사례도 있나?

저는 무던한 성격이라 원피스 실밥이 튀어나오면 정리해서 입고 털이 빠지면 테이프 롤링해서 입고 따끔거리는 재질이면 이너를 잘 챙겨입는 등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습니다.

▲ 폭로 계정을 운영하면서 임블리 측으로부터 피소까지 됐다. 처음 고소장을 받았을 때 심정은 어땠나?

법원 서류를 처음 받아보기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 손이 떨렸죠. 연휴 전날인 5월 4일이라 웬만한 곳엔 상담할 수도 없는 처지였어요. 그래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분들이 도와주셔서 어린이날을 잘보낼수 있었던거 같아요.

▲ 다른 폭로 계정도 여럿인데 쏘리 님을 고소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제 계정은 가계정이 아니고 팔로우가 가장 많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에 신고를 해도 제 계정이 없어지진 않나 봐요.임블리 고객이었다보니 제 정보도 알고 계시니 강경대응을 하는 것을 보여줘 다른 소비자계정에도 '이럴 수 있으니 계정폐쇄를 하라'는 메시지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 고소 전에 임블리 측의 전화도 받았다고 밝혔는데.

저에게도 전화가 와서 놀랐습니다. 전 피해자가 아닌 상태였죠.그 후에 디엠으로 상황 설명하신다고 하셨는데, 고객들에게 거론된 문제의 피드백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사과문,영상해명 등 고객들을 분노케 한 수박겉핥기식의 대처로 피해자분들 제보가 끊이지 않았어요.도와달라 하시는 많은 분들을 외면하기엔 제 소비자계정이 너무 커져 버렸죠.

▲ 당시 임블리 측은 어떤 말을 했나?

전화는 "임블리 임지현입니다. 000씨 되시나요?"를 듣고 끊었어요. 말려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 후 DM으로 '임블리 측 얘기를 들어달라' '오해를 풀겠다' 하셨어요. 저한테 하실 게 아니라 고객분들께 하시라 말씀드렸죠. 그 후 공교롭게 임블리 내 사이트와 동일한 네이버 아이디 해킹시도가 있었고요.

▲ 강용석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피소 건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재 1차 심문을 마친 상태고요.추후 2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폭로 계정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건 한 개인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 회사 대 고객의 입장으로 진실을 바라고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임블리 측은 고객의 신뢰를 져버리셨고요. 피해자는 무수하게 쏟아지는데 회사 측에선 '오해다','억측이다', '안티다', '블랙컨슈머다' 이런 식으로 응대를 하니 고객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조속한 환불, 보상으로 이 계정에 제보가 없을 날을 기다립니다.

▲ 폭로와 관련해 인신공격성 주장은 배제하고 제품 관련 의혹과 피해 사례들만 전한다고 밝혔다.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초반에 격앙된 어투를 쓰기도 하고 저도 사람인지라 피해자분들에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어요. 팔로잉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저렇게 피드를 운영해주시라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감정을 조금이나마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피드를 올리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 이 계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가장 알리고 싶었나?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기만해서도 안되고요.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일들이 없어야 합니다. 수많은 팔로잉분들, 소비자분들에게 이런 소비자운동이 좋은 선례가 돼 소비자가 당당하게 권리를 되찾고 기업도 윤리의식을 가지고 진실된 이익만을 취했으면 합니다. 또한 보상과 환불에 있어 억울한 소비자들이 없었음 합니다.

▲지난 2달 여 계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

아이를 둔 주부로서 아이가 자고 있을 때 계정을 해야하니 너무 피곤하고요. 제보도 너무 많고 일상 생활에 지장이 옵니다. 최근 더 힘든 건 제 카카오스토리 사진을 도용하여 제 가족을 희롱하는 가계정까지 나타난 것입니다. 바로 지난 17일 일이었죠. 공인도 아닌데 이건 정말 바닥인 거같아요. 상식적인 선에서 행동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 "그래서, 임블리한테 뭘 더 바라나" 이렇게 묻는 사람들도 있다.

간단합니다. 보상과 환불입니다.몇번이나 강조해드렸어요. 보상과 환불규정 공지해주세요. 선택적 환불은 없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환불해주셨다면 응당 그에 해당하는 모든 분들께 해주셔야죠. 말로만 하는 책임을 누가 못합니까?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블랙컨슈머로 매도하지 말아 주세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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