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운정 등 주민 2000여명
"3기 신도시 철회하라" 거센 반발
장관·시장까지 싸잡아 비난
검단·왕숙 주민도 집회 참가
[ 강준완 기자 ] 정부가 경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동 지역 등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하면서 인근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고양 일산과 파주 운정 등 1·2기 신도시 주민 2000여 명이 새로운 신도시 개발을 철회해달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김현미 아웃’이라는 피켓을 들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사무실(일산서구 주엽동)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와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 상당수가 집회에 참여하면서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주장하는 대규모 지역연대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기 신도시 입주도 덜 됐는데”
이날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집회는 일산서구 주엽공원에서 오후 7시부터 3시간 가까이 열렸다. 모임을 주도한 일산신도시연합회는 전체 참여인원이 5000명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3기 신도시를 주도한 김 장관은 물론 ‘고양시장 소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재준 시장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일산신도시연합회는 호소문을 통해 “서울 집값은 서울에서 알아서 잡아야 한다”며 고양 창릉지구의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과 일산 사이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일산에서 서울로 가는 교통여건은 더 나빠지고 도시의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합회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에만 자유로 교통지옥 해결, 대곡~소사선 연장, 지하철 3호선 연장 공약을 남발했다”며 “일산에 지역구(고양시정)를 둔 김 장관은 동네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3기 신도시 같은 국책사업을 어떻게 이행할지 걱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장은 “창릉에 3만8000가구를 공급하면 경기 북부의 1·2기 신도시는 영원히 버림받는 땅이 될 것”이라며 “1·2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해 서울 사람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서울 집값을 안정화할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준 검단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장은 “검단신도시는 아직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정부는 2기 신도시 입주나 제대로 마치고 3기 신도시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지구의 주민도 신도시 지정 철회를 주장하며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왕숙지구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신도시 조성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25일에는 검단신도시에서 집회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오는 25일에도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에는 인천 서구 당하동 검단신도시에서 집회가 이뤄진다. 3기 신도시 저지 운동은 인터넷에서도 활발하다. 신도시 지정 발표일(7일) 이후 10여 일간 1만7000여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를 찾아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의 기존 신도시 집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기준 일산서구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19%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검단신도시와 운정신도시는 각각 0.08%와 0.07% 떨어졌다. 서울 강남의 하락률은 0.01%였다. 일산동구 풍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아파트 매수 문의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냐는 집주인의 전화만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수혜지역은 일산 덕양구 등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국토부는 신도시 조성을 위해 고양선(가칭)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만큼 기존 신도시와 상생 발전할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